정규직 노조, 확대간부 제한파업… 비정규직지회, 파업부결
불황에 맹목적 파업 부작용 경험 축적, ‘실리 추구’ 선회
현대자동차 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총파업 방침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사내하청 노조인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파업 찬반투표를 부결시키는 등 현대차 정규ㆍ비정규직 노조의 연성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자동차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맹목적 투쟁보다는 합리적인 실리추구가 투쟁 전략상 유리하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민주노총의 4ㆍ24 총파업을 코 앞에 두고도 전면 동참 결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노조는 23일 확대간부파업으로 참가범위를 제한하기로 했다. 노조는 특히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의 총파업 방침을 ‘억지파업’이라고 직설적으로 표현, 과거와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노조는 최근 소식지에서 “민주노총이 정국의 흐름을 무시한 채 날짜를 맞추기 위해 억지파업을 강요하고 있다”며 “현재의 유동적인 정세를 외면하고 총파업만 외치는 것은 명분에 집착한 것으로, 노사정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총파업을 진행하면 투쟁동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산별노조이자 현대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24일 주야간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한 것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실시된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총파업 찬반투표는 부결됐다. 투표에는 울산지역 전체 조합원 4만3,000여명 가운데 2만9,390명(투표율 68.3%)이 참가해 전체 찬성률 43.92%(1만8886명)를 기록, 참가자의 과반(64.26%)이 찬성했지만 파업 참가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는 재적 대비 과반수로 규정돼 부결됐다.
울산본부의 경우 조합원의 60% 가량이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원이어서 현대차 노조에서 대거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돼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반대 움직임은 이미 이때부터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결과는 현대차 사측이 투표 직전 “지금까지 정치파업이 남긴 것은 생산 손실과 임금 손실, 고객 실망과 원성뿐이었으며 현대차 파업을 반기는 곳은 무책임한 노조 상급단체와 경쟁사뿐”이라며 파업에 동참하지 말 것을 호소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이와 함께 지난 21일 실시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찬반투표도 부결됐다. 이날 투표에서는 울산공장 조합원 총 795명 중 찬성 369명(46.4%), 반대 157명, 기권 267명, 무효 2명으로 간발의 차이로 부결됐다.
비정규직지회는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의 정규직 인정 소송(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판결에서 사실상 승소한 이후 “사내 하청 근로자의 직접 고용주는 현대차”라며 교섭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항소가 진행 중이다”며 거부, 지난 10일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이번 파업 찬반 투표는 회사의 교섭 참여를 촉구하고 정규직화 방안을 요구하는 조합원의 뜻을 모은다는 뜻에서 의미가 컸으나 예상과 달리 결과는 부결로 나타났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번 찬반투표 부결이 투쟁이 아닌 대화로 정규직화를 원하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정서와 회사의 원칙 대응이 가져온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정규직화 투쟁과정 마다 노조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던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실제 지난 2013년 7월에는 비정규직지회를 지지하는 ‘현대차 희망버스’가 사측과 정면 충돌, 100여명의 부상자를 내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노동계는 “업계의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차 관련 노조가 과거 정치투쟁 일변도의 결과물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대화로 해결점을 찾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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