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쇼크 여파 700선 아래 추락
급등 중소형 종목으로 하락세 확산
개미들 실적 부진에도 빚 내서 투자
전문가들 "변동성 커질 확률 높아"
"한번에 꺾일 흐름 아니다" 엇갈려
거침없이 질주하던 코스닥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7년여 만에 회복한 700고지는 나흘 만에 내줬고, 꼬리(특정종목 급락)가 몸통(전체 시장)을 뒤흔드는 고질도 드러냈다. 탄탄한 실적이 아닌 유동성과 투자심리로 떠받치는 코스닥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는 변동성 확대,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로 뒤바뀌고 있다.
23일 코스닥시장에서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0.86포인트(1.54%) 내린 692.48로 거래를 마쳤다. ‘백수오 쇼크’로 장중 5%대 폭락을 연출했던 전날의 공포가 가시지 않은 듯 이날도 장중 한때 2% 넘게(2.47%) 급락(685.99)하기도 했다.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막판에 하락폭을 줄이긴 했지만 17일(706.90) 7년 만에 달성한 700선 아래로 다시 밀려났다. 이달 들어 하루(14일)를 제외하곤 연일 이어지던 상승세는 이틀 연속 꺾였다.
코스닥지수 하락세의 방아쇠는 시중 판매되는 백수오 건강식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소비자원의 전날 발표로 빚어진 ‘백수오 쇼크’가 당겼다. 단발성 악재인 만큼 시장이 곧 진정되리라 여겨졌다. 그러나 파급 효과는 그간 잠복 중이던 불안 심리를 일깨워 중국 소비재 관련 종목, 그간 많이 오른 중소형 종목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과열 경보’가 없지는 않았지만 올 초 500선에서 넉 달 만에 700선을 돌파하는 거침없는 질주에 묻혔던 것이 사실. 이상 징후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증시의 적정 수준을 가늠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고(高)평가를 의미하는 수치를 지난달부터 넘어섰다. 동반 상승세인 유가증권시장의 PBR이 적정 수준인 1보다 조금 높은 1.25배 정도인 반면 코스닥지수는 2.2배까지 치솟았다.
실적이 받쳐주는 것도 아니다. 코스닥시장 등록 기업의 흑자기업 비중은 지수가 500도 안됐던 2010년 75.4%에서 지난해 60%대로 떨어진 상태다.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반면 빚을 내 투자하는 비율은 유가증권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융자 잔액은 현재 3조2,371억원으로 연초보다 27.4% 늘어난 데 비해, 코스닥시장은 3조7,353억원으로 47.3%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 추가 하락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다.
수급 불균형도 거론된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일부터 이날까지 13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간 반면, 코스닥시장에선 5거래일에 그쳤고 그마저도 갈수록 매수 규모를 줄여가는 분위기다. 기관도 코스닥시장을 외면하면서 오직 개인만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연말 이후 쉼 없이 올라온 부담 때문에 작은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라며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린 만큼 실적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특정 종목의 급락으로 코스닥시장 소형종목 위주의 차익 실현이 이뤄지긴 했지만 한번에 꺾일 흐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52포인트(1.38%) 오른 2,173.41로 장을 마치면서 연중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2,170선 돌파는 2011년 8월 1일(2,172.31) 이후 처음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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