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6일 30주년 콘서트, 최근 10번째 보컬 김동명 영입
김태원, 직접 콘서트 구성하고 신인의 마음으로 기타 연주
“30년이 지났다니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네요. 사실 실감이 나진 않아요. 우선 31년까지 가는 게 목표입니다. 갈 길이 멀어요. 후배들에게 힘을 주려면 40주년을 향해 가야죠”(김태원).
인기그룹 부활이 올해로 결성 30주년을 맞는다. 유일한 창단 멤버로 밴드를 이끌고 있는 기타리스트 김태원(50)이 당시 몸담고 있던 밴드 ‘디 엔드’에 보컬리스트 김종서를 맞으며 부활로 밴드 이름을 바꾼 게 1985년. 부활이란 이름을 건 첫 공연에 대한 기억은 흐릿하다. 그는 “파고다예술관 아니면 중학동 한국일보 사옥 옥상에서 한 공연일 거”라고 말했다. “자작곡이 없어서 다른 밴드의 곡을 카피해서 연주했던” 공연이었다.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소풍 가는 것처럼 흥분되고 설렜던” 기억은 또렷하다.
한국 헤비메탈이 화려하게 꽃 피던 시절 탄생한 부활은 ‘희야’ ‘사랑할수록’ ‘론리 나이트’ ‘네버 엔딩 스토리’ 등을 히트시키며 꾸준히 대중과 호흡해왔다. 그러나 성공 후엔 늘 위기가 찾아왔고 침체를 겪다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부활이란 이름처럼 죽어야 사는 밴드였다. 지난해 8년간 보컬을 맡았던 정동하가 탈퇴하면서 또 다시 위기를 겪었지만 부활은 10번째 보컬 김동명(32)을 영입하며 다시 일어섰다. 김태원은 “성공하고 실패한 뒤 잠수하고 다시 부활, 그게 우리 부활 아니겠나”라며 짙은 선글라스 뒤로 웃음을 지었다.
부활의 위기 뒤에는 잦은 멤버 교체가 있었다. 훗날 솔로 가수로 성공한 김종서와 이승철, 박완규 등이 모두 부활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이들과 함께 화려한 시절을 누렸으나 이들이 떠나면서 침체를 맞았다. 부활은 내달 16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30주년 공연에는 이들 중 일부를 초청해 부활의 추억을 불러볼 계획이다. 부활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사랑할수록’을 부르고 세상을 떠난 김재기를 대신해 부활의 네 번째 보컬로 활동했던 김재희가 출연을 확정했다. 김태원은 “일단 (모두에게)연락을 해놓긴 했는데 누가 참석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컬이 바뀌긴 했지만 드러머 채제민(46)은 6집부터, 베이시스트 서재혁(40)은 7집부터 김태원과 함께 부활을 지키고 있다. “이전까진 (부활의 역사에서) 절반도 있지 못했기 때문에 말할 입장이 아니었는데 이젠 실감도 좀 나고 책임감도 느껴집니다”(서재혁), “부활이 부침을 겪으면서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건 자존감 때문입니다. 밴드 활동 외에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태원이 형이 배려를 해줘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죠”(채제민).
김태원은 평소 다른 멤버들에게 콘서트 구성을 맡겼으나 이번엔 데뷔 초창기처럼 연주할 곡목과 순서를 결정했다. “1985년과 1986년엔 제가 직접 했는데 이후엔 그런 적이 없어요. 저보다 공연에 대해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구성원들이 있으니까요. 제가 게으르기도 했고요. 이번엔 1985년처럼 다시 열정을 갖고 해보자고 생각해서 짜봤어요. 당시의 설레는 기분을 담으려 했습니다.”
부활에 몸 담은 지 아직 만 1년이 채 안 된 김동명은 아직도 오디션을 보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그는 “부담보다 긴장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며 “부활의 수많은 곡들을 하나씩 부를 때마다 심사 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태원이 형이 평소 칭찬을 잘 안 하시는데 제가‘희야’를 부를 땐 좋아하시더라”고 덧붙였다.
김태원은 가장 애착이 가는 앨범으로 고 김재기가 보컬을 맡았던 3집 ‘기억상실’을, 부활이 남긴 최고의 앨범으론 ‘회상’ 연작 시리즈가 담긴 2집 ‘리멤버’를 꼽았다. 그는 “영적으로 굉장히 자유롭던 시절,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음악이니까”라고 설명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국민할매’라는 별명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김태원은 부활 결성 30주년을 맞아 신인의 마음으로 다시 기타를 잡았다.
“올해 가을 14집 중 절반을 미니앨범으로 낼 계획입니다. 공식 데뷔 30주년을 맞는 내년 정규 14집을 내야죠. 음악이 좋아서 하다 보니 30년이 됐어요. 예순이 되고 칠순이 될 때까지 작곡을 할 겁니다. 더 아름다운 곡을 하나라도 더 남기고 싶습니다. 그 욕망으로 계속 가는 겁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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