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마항쟁 이후 계엄당국에 의해 강제 해산된 부산 ‘양서협동조합’이 36년 만에 부활한다. 부산 양서협동조합 재건 준비위원회는 23일 부산시 동구 초량동에 있는 부산YMCA 세미나실에서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최준영(63) 양서협동조합 재건준비위원장은 “사람의 미래와 삶을 우선 고민했던 조합이 36년 세월을 넘어 오늘날의 고민과 가치로 다시 일어서고자 한다”며 “당시 뜻을 이어받아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재결성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 창립 당시 주축이었던 김형기 목사와 전중근(시민단체 활동가) 유성일(목사) 백영제(교수) 정윤식(연구원) 김호진(예술가)씨 등이 재건 준비 모임을 이끌었고 발기인으로 시민활동가, 종교인, 농부, 교사 등 각계각층 인사 50명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양서조합은 책을 읽고 토론·교육을 통해 민주의식을 높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조합은 책을 매개로 노동·농촌문제 등 사회문제에 대한 토론과 교육을 진행했고 입소문을 타고 시민들이 모였다. 창립 당시 141명이던 조합원은 이듬해인 1979년 10월 572명으로 불어났다. 최 위원장은 “조합은 그 시절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였고 이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나자 박정희 정권은 조합 회원들을 부마민주항쟁의 배후로 몰아 책과 서류를 압수하고 조합원 300여명을 연행했다. 조합은 그 해 11월 19일 강제 해산됐다. 하지만 조합에서 시작된 독서모임은 1981년 부림사건의 토대가 됐고 이는 영화 ‘변호인’에도 소개됐다.
최 위원장은 “부산을 지식·정보·교육·문화 분야에서 협동·상생·교육·문화의 도시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려고 조합을 다시 만들었다”며 “두레의 현대적 모습인 협동조합을 통해 협동·상생 문화를 사회에 퍼뜨려 우리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부산=전혜원기자 iamjh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