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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치료 행위 넘어 환자와 소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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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치료 행위 넘어 환자와 소통하라"

입력
2015.04.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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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교육 부재로 잇단 부작용… 인문학 융합해 좋은 의사 키울 것"

안덕선 소장은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의사 위상 추락은 의사들이 그동안 환자라는 인간을 보지 않고 진료 행위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4)
안덕선 소장은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의사 위상 추락은 의사들이 그동안 환자라는 인간을 보지 않고 진료 행위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4)

“돈 되는 진료만 하는 의사, 환자 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의사, 의료 기술만 뽐낼 뿐 환자와 소통하지 않는 의사…. 이와 반대인 ‘좋은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죠.”

고려대 의대 ‘좋은의사연구소’ 안덕선(62) 소장은 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문숙의학관에서 열린 연구소 개소식에서 “매년 가장 우수한 성적의 고등학생들이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국내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의사의 위상은 점점 추락하고 있다”며 “그 동안 환자라는 인간을 보지 않고 진료 행위 그 자체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의대 최초로 인문학ㆍ교육철학ㆍ디자인을 의학과 융합해 ‘좋은 의사’의 덕목을 연구하는 좋은의사연구소의 탄생은 안 소장의 이런 반성과 고민의 결과물이다. 안 소장은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하는 순간 인문ㆍ사회 영역과는 담을 쌓는 게 현재 교육 현실”이라며 “높은 성적으로 의대에 진학했지만 이곳 현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기본으로 이수해야 할 교양과목이 있지만 의대 과목 대부분은 수술법 등 기술 위주에 치우쳤다는 것이다.

의사의 윤리적 소양 교육에 대한 문제제기는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과거에는 의사 숫자가 지금처럼 많지도 않았을 뿐 기술적인 발전이 시급했던 시기여서 윤리 문제는 상대적으로 뒷전이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황우석 사태’다. ‘연구 실적’ ‘기술적 진보’가 우선 되다 보니 생명윤리를 등한시 했던 것이다. 안 소장은 “의사들의 환자 성추행이나 막말 논란도 결국 의대 내 인문학과 윤리 교육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을 포함해 인문학과 교육학을 전공한 의대 교수 등 7명이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한 연구소는 의대 학생ㆍ전공의ㆍ전문의를 대상으로 ‘환자 중심’이란 의학의 본질을 교육한다. 미래 의사의 역할과 덕목에 대한 새로운 의학교육모형도 연구ㆍ개발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의대를 희망하는 고등학생으로 범위를 넓혀 진로 교육도 진행할 생각이다.

연구소는 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와도 협력해 ‘환자 중심 디자인 연구’에도 힘쓰기로 했다. 안 소장은 ‘디자인 혁신 센터’을 운영해 미국 최고 병원으로 자리 잡은 ‘메이오 클리닉’의 예를 들며 “질병과 연령 등에 따라 다른 침상, 아이들을 배려한 다양한 모양의 청진기 등 의료계에도 디자인적 사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소장은 고려대 의대 성형외과학 교수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 서태평양의학교육협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국내 성형외과학의 권위자로 꼽힌다. 이제 시작인 연구소 활동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그는 “의학도 결국 인간을 연구하는 인간을 위한 학문”이라며 “단순히 의학적 지식을 가르치고 질병을 치료하는 행위를 넘어 환자를 이해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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