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은 눈먼 돈’ 부정 수급 54명 무더기 입건
자신의 돈은 한 푼도 없이 보조금 사업을 하려는 농민들과 수익을 노린 공사업자, 보조금 사업 조기 집행 실적에 쫓긴 공무원이 합작한 보조금 부정 수급 사건이 경찰에 적발됐다.
강원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3일 김모(56)씨를 비롯한 축산ㆍ과수 농민 38명과 이모(48)씨 등 공사업자 9명, 양구군 농업기술센터 간부 최모(56)씨 등 공무원 7명 등 54명을 보조금 부정 수급 및 교부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조카 명의로 2012년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을 신청한 뒤 공사업자와 짜고 공사 금액을 부풀려 차명 계좌로 자부담금을 돌려받거나 보조금을 빼돌리는 등 11억3,000만원의 보조금을 부정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자부담금 가운데 20%를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이를 공사업자에게 부담시킨 뒤 자부담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꾸미는 등 단 한 푼의 자부담금 없이 보조금 사업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또 무정란 생산을 위한 케이지(cage) 형태의 축사시설을 신축하려다 시세가 좋지 않자 유정란 생산을 위한 2층짜리 평사형 축사로 설계 변경해 불법 증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양구군 농업기술센터 간부 최씨 등은 김씨의 불법 증축을 묵인하고 현장실사 없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불구속 입건된 지하수 개발업자 김모(43)씨 등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과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관정 보조 사업 과정에서 공사대금 할인을 대가로 과수 농민들과 짜고 34개의 관정을 시공해 3억600여만원을 부정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한 50대 교사는 양구지역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소를 허위로 기재해 관정 보조사업을 신청, 300만원의 보조금을 부정 수급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이런 수법으로 부정으로 받은 보조금 14억6,000만원의 78.4%인 11억5,300여만 원을 회수했고 나머지 금액은 회수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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