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
보조 배터리 '미 파워뱅크'
스마트밴드 '미밴드' 인기 상승
국내 중소업체 줄도산 우려


미풍인 줄 알았던 중국 전자업체 ‘샤오미’ 바람에 국내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샤오미는 우리에게 중국산 저가 휴대폰 업체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휴대폰 뿐 아니라 보조배터리와 착용형(웨어러블) 팔찌까지 내놓아 다양한 제품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 제품들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이다. 심지어 휴대폰에 연결해 사용하는 보조 배터리 ‘미 파워뱅크’는 싼 가격에 비해 디자인과 성능이 뛰어나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이 제품은 디자인이 금속 소재로 깔끔해 눈길을 끈다. 여기에 1만400mAh 용량 제품은 스마트폰을 3, 4번 완충할 수 있을 만큼 성능이 뛰어나다. 가격은 같은 용량의 다른 배터리 대비 절반도 안 되는 약 2만원이다. 이처럼 높은 가격 대 성능비 때문에 이 제품은 매달 전 세계에서 100만대 이상 팔리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4월 한 온라인쇼핑몰이 처음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10만대 정도가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한다.
스마트밴드인 ‘미밴드’의 인기도 심상치 않다. 미밴드는 스마트워치보다 기능이 간편한 웨어러블 기기로, 스마트폰과 연동하면 전화나 문자 알림은 물론 운동량, 수면 분석 등이 가능하다. 가격은 2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비슷한 기능의 스마트밴드가 10, 2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위협적이다.
샤오미 이어폰 ‘피스톤2’도 마찬가지. 피스톤 모양의 이 제품은 국내 유통가격이 2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가 이어폰 못지않게 저음 표현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문제는 샤오미 제품들이 무섭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관련 제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갤럭시S6나 아이폰처럼 배터리를 내장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가 늘어나면서 보조배터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중소업체가 늘었다. 하지만 이들이 샤오미의 저렴한 가격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서 곧 줄도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도는 상황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보조배터리 생산 업체는 이름도 잘 모를 정도로 작은 업체들이 많아 샤오미 열풍에 피해가 클 것”이라며 “반면 대기업 입장에서는 샤오미가 보조배터리 시장을 키우고 있어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면 샤오미가 국내 정식 진출할 경우 시장을 독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샤오미가 직접 국내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 한국은 삼성전자, LG전자의 안방인 데다, 스마트폰의 경우 거미줄처럼 촘촘한 특허 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후발주자여서 스마트폰 관련 보유 특허가 부족하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도 지난달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가 다수 등록돼 있어 곧장 진출하는 건 무리”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샤오미는 올해 초 스마트폰을 제외한 주변기기만 가지고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샤오미가 똑같은 전략으로 한국에 진출할 경우 국내 시장을 파고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LG전자의 안방인 한국은 스마트폰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 샤오미가 진출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주변기기를 생산하는 중소업체나 초기 단계인 웨어러블 기기 산업의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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