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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말괄량이 카타리나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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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말괄량이 카타리나 기대하세요"

입력
2015.04.2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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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김지영ㆍ신승원ㆍ이은원 '말괄량이 길들이기' 주역 맡아

망가지는 캐릭터 모두 처음… "무대서 언제 짜증 내보겠어요?"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공중 묘기 등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신승원(왼쪽부터)과 김지영 이은원의 팔다리에 멍이 훈장처럼 남았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e@hk.co.kr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공중 묘기 등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신승원(왼쪽부터)과 김지영 이은원의 팔다리에 멍이 훈장처럼 남았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e@hk.co.kr

“이 사진, 굴욕이야!” “기사 나갈 때 저 사진은 빼주시면 안 될까요?”

카메라 앞에서 작품 속 한 장면을 시연한 발레리나들이 찍힌 사진을 보고는 한마디씩 내뱉는다. 남자 무용수와의 2인무 중 립(leap 뛰는 장면)을 선보인 맏언니 김지영의 얼굴은 축구 선수의 슛장면을 연상케하는 일그러진 파노라마로 기록됐다. 신승원과 이은원의 얼굴에도 심술이 덕지덕지 붙었다. 사진 촬영을 지켜보던 발레단 관계자가 한마디 내뱉는다. “아직은 예쁘게 보이고 싶은가 봐요. 진짜 무대에서는 이거보다 더 망가져요.”

안무가 존 크랑코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이렇게 망가진 여주인공을 앞세운 희곡 발레다. 1969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초연한 이 작품을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국립발레단이 국내 발레단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다. 2006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강수진이 주인공 카타리나 역으로 출연해 성남아트센터에서 선보인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같은 역할에 김지영, 신승원, 이은원이 캐스팅됐다.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세 사람은 “울리는 것보다 웃기는 게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백조의 호수나 지젤 같은 클래식발레는 동작을 우아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몸에 힘주느라 힘든데, 이 작품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화를 내고 짜증내다 보니 감정적으로 지칠 때가 많아요. 안무도 훨씬 복잡하고요.”(김지영)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왈가닥 카타리나가 호탕한 신사 페트루키오를 만나 현모양처로 길들여지는 과정을 그린다. 1막 중반 두 사람이 공방전을 벌이다 요즘 말로 ‘썸’을 타는 10여분 간의 2인무는 이 작품의 백미. 신승원은 “카타리나는 매사에 짜증내는 구제불능의 성격이지만 페트루키오를 만나면서 조신한 여자로 변한다”며 “2인무는 극 전체의 복선으로 10분 안에 여러 가지 감정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카타리나는 자기주장 강하고 리더십도 있는데, 한편으로 동생에게 콤플렉스가 있어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여자죠. 극 초반 동생 비앙카와 싸우는 장면에서도 잘 드러나요.”(이은원)

신승원ㆍ이은원이 연기하는 카타리나가 “감정표현에 서툰 여자”라면, 김지영이 연기하는 카타리나는 “노처녀 히스테리의 전형”이다. 김지영은 “얌전한 여자가 예쁜 여자로 정의되는 시대에 자유로운 성격으로 태어난 카타리나는 나이가 찼는데도 시집 못 가서 짜증이 폭발한 캐릭터”라며 “남 같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말괄량이…’는 존 크랑코가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예술감독을 역임하며 발표한 ‘로미오와 줄리엣’(1962), ‘오네긴’(1965)과 함께 드라마 발레 3부작으로 꼽힌다. 지난해 국립발레단 단장에 취임한 강수진이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주역으로 활약하며 1997년부터 단골 레퍼토리로 선보였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존 크랑코 재단의 트레이너들이 왔지만 강 단장이 직접 시범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김지영은 “단장님은 춤을 춰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숨은 팁을 알려주신다”고 귀띔했다.

세 주역 모두 발레리나 생활 중 처음으로 ‘망가지는’ 캐릭터를 맡았지만, 장점도 있단다. “발레리나는 힘들어도 무대에서 고상한 척하며 웃어야 하잖아요. 이 작품은 힘들면 힘들다, 짜증나면 짜증난다 표현할 수 있으니 편하죠. 언제 무대에서 화를 내보겠어요?”(신승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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