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엄호 속 오바마 타결 속도
지지 기반 노조·환경단체 의식
힐러리 등 대권주자들 반대편에 서
미국 공화당이 숙적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전폭 지원키로 한 숨겨진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걸까. 공화당의 엄호 아래 오바마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에 속도를 내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대권 주자들이 반발하는 등 민주당 진영에서 내분이 가시화하고 있다.
21일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곧 대권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가 TPP에 대한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클린턴 전 장관도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TPP를 반대하는 노조와 환경단체 등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세력을 의식한 때문이다.
오말리 전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이 공개한 영상에서 “우리는 나쁜 협정으로 빠져들어 가서는 안 된다”며 “나는 무역에는 찬성하지만 좋은 무역협정에 찬성하는 것이며 TPP와 같은 나쁜 협정에는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또 “미국 경제를 지속 가능하고 순환적이게 하고, 내수를 강하게 만드는 데 더욱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는 국무장관 신분으로 TPP 협상을 지원했던 클린턴 전 장관도 사실상 기존입장을 번복한 상태다. 그는 대권도전 선언 후 두 번째 유세지역인 뉴햄프셔 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어떤 무역협정도 미국의 일자리를 만들고 임금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또“미국이 경쟁력을 지닌 기술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협정을 지지하는지 여부에 대한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았고 지난 주 민주ㆍ공화 양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TPP 협상에서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하는 내용의 여야ㆍ양원 공동법안을 발의한 데 대해서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TPP가 중산층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으면 처음부터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많은 사람이 TPP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텐데 사실을 확인하고 나면 그들(반대론자)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에서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민주ㆍ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강력히 반대한다는 질문에 대해 “엘리자베스 워런을 좋아하고 많은 이슈에서 우리는 동지”라면서 “그러나 이번 사안에 있어서는 워런 의원이 틀렸다”고 밝혔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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