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뒤끝뉴스] 김무성·문재인 대표님, '잦은 외박'을 권합니다

입력
2015.04.22 15:44
0 0

(왼쪽) 21일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한 횟집에서 매운탕 요리를 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제공. (오른쪽) 22일 인천 강화군 마니산영농조합을 찾아 조합에서 만든 된장을 통에 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왼쪽) 21일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한 횟집에서 매운탕 요리를 하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제공. (오른쪽) 22일 인천 강화군 마니산영농조합을 찾아 조합에서 만든 된장을 통에 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외박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21일 강화도 석모도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앞서 문 대표는 20일 광주 서구 한 마을회관에서 잠자리를 펼쳤습니다. 두 남자가 집 떠나 잠을 잔 것은 4.29 재보선 선거 유세를 위해서 였는데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전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후 박빙 승부 분위기로 바뀌다보니 여야의 선거전 역시 뜨겁습니다.

여야는 갖가지 아이디어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1박2일 일정의 '외박 유세'도 그 중 하나입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여태껏 재보선에 이렇게 뜨거운 경쟁을 펼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외박유세가 종종 있긴 했지만 총선도 아닌 재보선에 이런 적도 별로 없다"고 전했습니다.

외박 유세는 단순히 하룻밤을 밖에서 자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김 대표는 당직자들과 오전, 오후 유세 후 석모도의 한 횟집에서 빨간 앞치마와 빨간 두건을 두르고 매운탕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횟집에서 숭어 등 매운탕 거리를 구입해 직접 생선 손질과 요리에 나섰죠. 김 대표는 연신 웃음을 띠며 능숙한 솜씨로 생선 회를 뜨고 매운탕 요리를 진두지휘 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배우 차승원씨가 직접 끼니를 해먹으며 큰 인기를 끈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를 따라 하며 지역밀착형 선거 전략을 최대한 부각시키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새줌마가 만든 매운탕'으로 저녁을 해결한 김 대표는 오후 7시 석모도 삼산면 주민들과 사랑방 대화를 갖고 지역 민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주민들은 김 대표와 안상수 후보를 향해 영도교 건설과 관광 산업 개발, 당의 지역조직 문제 등 다양한 건의 사항을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문 대표는 잠자는 장소가 눈에 띕니다. 그는 20일 광주 서구 서창동의 발산마을회관에서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대화를 나눴습니다. 어르신들이 준비해 준 케잌을 함께 나눠 먹으며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했습니다. 이날 일정을 함께 한 유은혜 대변인은 "어르신들이 (지난 대선에) 떨어져서 어쩌나 하며 짠하게 여기셨다"며 "문 대표가 잠은 제대로 자는지 아침 일찍부터 오셔서 서로 챙겨주려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표는 다음날 아침 서구 금호동 버스정류장에서 출근 인사를 한 뒤 금호종합사회복지관과 서구문화센터의 주부 노래 교실을 찾아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노래 한 곡 하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퇴를 발표한 날이라 노래를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실무진 의견에 따라 인사말로 대신했다고 합니다. 문 대표는 "이제는 새정치연합이 정권을 바꿀만 하다. 다시 당내의 계파 이런 이야기 다 없어졌고 하나로 화합하고 있다"면서 "분열하지 않고 하나로 힘을 모으기만 한다면 정권교체 분명히 해낼 것이라고 광주시민께 약속한다"고 말해 아주머니, 할머니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두 대표의 외박 유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김 대표는 앞서 이달 초 강화도에서 하룻밤을 잤고, 문 대표는 일주일 전인 14일 광주에서 외박을 했습니다. 두 사람이 외박 유세를 펼치는 장소가 강화와 광주라는 점도 눈에 띄는데요. 사실 두 곳 모두 이전까지 '텃밭'이라 불렸고, 당선은 떼논당상이던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양상이 많이 달라졌죠. 인천 서강화을은 신동근 새정치연합 후보가 상당히 선전을 펼치며 김무성 대표와 새누리당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광주서을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뒤 줄곧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를 앞서면서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습니다.

텃밭을 지키기 위해 텃밭을 가꾸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지역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외박유세를 통해 드러내 보이는 것인데요.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지역에서 당 대표가 하룻밤을 지낸다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우리 지역에 신경을 쓰는구나'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적절한 방식'이라며 "특히 수도권보다는 지방에서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두 대표는 외박유세와 함께 '텃밭 유권자'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 대표는 지난 주말 운동화를 신고 혼자서 광주 서구을 지역구 안의 공원과 대형마트를 홀로 다니며 시민들과 직접 만나는 '뚜벅이 유세'를 진행했습니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광주 시민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직접 눈을 마주치고 악수하고 얘기하는 것 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라며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문 대표가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니 너나없이 달려와 사진을 찍자하고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통에 일정표 대로 일정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매일 외박을 하라는 말을 감히 하기 어렵지만, 두 대표가 요즘 집 떠나서 현장에서 잠자리를 펴고 밤 늦게 까지 지역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려는 그 마음만큼은 선거가 끝나더라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선거 때만 되면 뭐든 다 해 줄 것 같더니만 끝나면 모른 척 한다'는 불만들을 갖고 있죠. 그런 불만들이 결국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과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이구요. 그러고 보니 필요하다면 두 대표는 외박을 더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부인들이 허락을 해야 하겠지만요.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