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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긴급검토 8년, 문제작 '해방자예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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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긴급검토 8년, 문제작 '해방자예수' 출간

입력
2015.04.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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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신학 대가 소브리노 신부 저작

"죽임 당하는 생명 앞에 중립은 없다"

약자 위한 그리스도인의 의무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 행보와 맥 통해

해방신학의 대가 혼 소브리노 신부의 ‘해방자예수’(메디치)가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됐다. 소브리노 신부의 유일한 아시아인 제자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이 스페인어 원전을 옮겼다. 해방신학은 1960년대 라틴아메리카 가톨릭 신학자들의 주도로 시작된 신학운동이다. 종교인이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교리를 해석하고 사회, 정치, 경제적 불평등과 부조리에서 약자를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엘살바도르 UCA대학 신학과 교수이자 예수회 사제인 저자는 엘살바도르 내전 중 이 책을 써 91년 출간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2007년 이 책을 비롯한 그의 저서 일부를 “잘못되고 위험한” 주장을 퍼뜨리는 문제작으로 보기도 했다. 그리스도가 어떻게 가난한 이들의 삶과 죽음, 고통과 가치를 이해했는지를 다룬 이 책이 그리스도의 영성보다 인간성에 역점을 뒀다고 보고 “긴급검토를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소브리노 신부는 그리스도를 사랑. 화해, 권능의 키워드로만 이해하는 전통시각을 비판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인지 말하지 않는” 추상적인 그리스도론은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화해하는 예수, 평화를 주는 예수, 사랑으로 가득한 예수를 말하면서 가난한 사람을 보호하지 않고, 억압자에게 철저하게 회개하라고 요구하지 않으면 (그리스도론은) 아주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이런 전통적 그리스도론이 “법과 질서라고 부르는 모든 것을 무조건 지지하는 평화주의 이념을 선호하고 고집했다”고 꼬집는다. ‘신학이 왜 사회학으로 탈바꿈하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사회현실이 어떤지 살피는 일은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을 보는 것이며, 무수한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 현실을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는 신학은 그런 참상을 빚어내는 공범이라고 고발당해야 마땅하다”고 일갈한다.

이어 “위협당하고 죽임 당하는 생명 앞에 중립은 없다”며 “사람을 대량 학살하는 세계 현실에 대항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생명의 나라를 선포하는 일이 그리스도인의 의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폭력적 해방론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부조리에는 맞서되 상대방이 폭력을 행사할 경우에는 폭력을 삼가고 희생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이 책에 대한 교황청 신앙교리성 검토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가난한 자를 위한 교회’를 천명한 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감안하면 부정적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 소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식적으로 해방신학을 인정한 적이 없지만 이 분야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가치와 용어를 자주 언급하며 전향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방한 당시 교황이 강론에서 4차례나 언급한 ‘이름 없는 순교자’라는 표현은 소브리노가 이 책에서 “무방비 상태에서, 죄 없이, 이름 없이 대량 학살된 약자들을 순교자로 봐야 한다”며 처음 강조한 개념이다. 세월호 리본을 떼지 않으며 강조한 교황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발언 역시 “죽임을 당하는 생명 앞에 중립은 없다”는 해방신학의 상식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교황청은 다음달 23일 남미 해방신학의 상징적 인물인 로메로 대주교에 대한 시복을 앞둔 상태다. 로메로 대주교는 엘살바도르 우익 군사정권의 인권 탄압과 독재에 맞서 싸우다 80년 미사 중 총에 맞아 숨졌다. ‘해방자예수’를 비롯한 소브리노 신부의 저작들도 재평가될 수 있을까. 교황청이 내놓을 결론이 궁금해진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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