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아직 평가를 할 때가 아니죠.”
염경엽(47) 넥센 감독이 피츠버그 강정호(28)에 대한 굳은 믿음을 드러냈다. 적응기를 지나면 제 실력을 발휘해 줄 것이란 기대도 한결같다.
지난해까지 넥센에서 뛰었던 유격수 강정호는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었다. 공수를 다 갖춘 국내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 받았지만, 빅리그 첫 시즌은 녹록지 않다. 21일까지 시즌 타율은 0.077(13타수 1안타)까지 떨어졌고, 선발 출장도 단 2경기에 그쳤다. 줄곧 주전으로 뛰며 팀의 중심타선을 책임졌던 강정호의 힘겨운 적응기다.
21일 목동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염경엽 감독은 강정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부진하다고 말 할 수 없다. 능력이 없는 선수도 아니고, 이제 몇 타석에 섰다고 벌써 평가를 하나. 전반기가 끝난 다음에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말했다. 낯선 환경에서 아직 적응을 마치지 못한 만큼 여유를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강정호와 절친한 사이로 그를 잘 아는 롯데 손아섭도 “정호 형이 지금은 부진해도 적응하면 잘 할거다. 기다려 봐라. 솔직히 밴덴헐크나 니퍼트 공도 그렇게 좋은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투수의 공은 얼마나 좋겠나. 적응만 하면 정호 형이 자기 실력을 보여줄 거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강정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강정호를 마이너리그에서 뛰게 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지만, 닐 헌팅턴 피츠버그 단장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익숙해지는 최선의 방법은 그 공을 직접 치는 것이다”며 강정호의 마이너리그 강등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인 올해 팀에서도 강정호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적응 기간을 주는 분위기다.
염경엽 감독은 “올해만 봤다면 강정호를 구단이 마이너리그로 보낼 수도 있겠지만, 멀리 보고 계획을 세워서 정호를 영입했을 것이다. 강정호에 대한 투자를 한 이유도 있을 것”이라며 “(강정호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적응을 잘 하는 것이 우선이다. 강정호가 많은 타석에 들어서진 못하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직접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염 감독은 강정호가 빠져나간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고졸 2년차 신인 김하성을 예로 들었다. 김하성은 데뷔 첫 해였던 지난해부터 1군에서 시즌을 치렀다. 주로 경기 후반 대수비와 대주자로 주로 나서며 ‘1군’ 만의 분위기를 익히며 프로에 적응을 했다. 그리고 올 시즌 그는 주전 유격수로 낙점 받아 공수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강정호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염 감독은 “지난해 김하성을 1군 엔트리에 계속 넣은 건 팀도 희생을 한 거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김하성에게는 동기부여가 됐고, 여기서 성공을 해야겠다는 의식을 심어줬다. 신인 선수가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이제 막 빅리그에 데뷔한 강정호 역시 마찬가지다. 최대한 많은 경기를 보고, 뛰고, 느끼면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 수 있단 뜻이다.
목동=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사진=피츠버그 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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