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기자] 시즌 초반 이종운 롯데 감독과 김기태 KIA 감독의 고민은 같다. 타선의 핵인 간판 타자들이 나란히 슬럼프에 빠져 있다. 롯데는 손아섭(28), KIA는 나지완(30)이다. 뒷문이 약한 팀 사정상 대량 득점이 간절한데, 믿었던 타선에서 한 방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개막과 동시에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두 팀의 순위 그래프도 하락세로 돌아선 지 오래다.
◇손아섭 “다 바꿨다”
손아섭은 “주전이 되고 이렇게 긴 슬럼프는 처음”이라고 했다. 21일 현재 68타수 17안타 2할5푼의 타율은 그와 어울리는 수치가 아니다. 그래서 다 바꿨다. 그는 “너무 안 맞아서 모자부터 스파이크, 장갑까지 다 바꿨다. 안 되니까 안 해보는 게 없다”고 했다. 조만간 헤어스타일도 바꿀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시즌 전만 해도 손아섭은 200안타 고지를 정복할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다. 2012~13년 2년 연속 최다 안타왕에 올랐고 지난해에도 서건창(넥센)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자리했다. 더군다나 올해는 144경기 체제다. 손아섭도 200안타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초반 18경기에서 뽑아낸 안타는 17개다. 이 부문 1위 정성훈(26개ㆍLG)과 10개 가까이 차이 난다. 특유의 몰아치기로 언제든 안타 개수를 끌어 올릴 수 있다 해도, 정타가 나오지 않으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빠른 발을 이용한 내야 안타도 1개밖에 없다.
그래도 일단 손아섭은 긍정적인 사고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다. 그는 “단점을 다 알면서도 못 고치는 게 야구다. 앞으로 야구할 날이 더 많기에 지금 슬럼프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 모자에는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문구를 넣다 보니 꽉 차서 못 알아볼 정도였다. 바꾼 모자에는 ‘밀어치기’ ‘힘 빼기’ ‘하나만 생각’이라는 문구만 써 놨다”며 “지금은 단순해 지려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손아섭은 21일 경기에서 8회 심동섭에게 좌중월 2루타를 터뜨리며 모처럼 장타를 터뜨렸다.
◇나지완 특타, 박흥식 “믿고 기다린다”
4월은 나지완에게도 잔인한 달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즌 초반이 쉽지만은 않다. 나지완은 2014시즌 개막 후 18경기에서 타율 2할1푼5리에 2홈런 9타점으로 부진했다. 2015시즌 역시 18경기 타율은 1할9푼4리, 홈런은 1개에 타점은 3개뿐이다.
박흥식 KIA 타격 코치는 “겨우내 훈련량이 부족했다”고 최근 부진의 이유를 진단했다. 박 코치는 “기술적인 문제 보다는 멘탈이 무너졌다. 김기태 감독님이 선수를 믿고 맡기는 편인데, 너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는 듯 하다”며 “편하게만 치면 된다. (나)지완이는 검증된 선수가 아닌가. 워낙 안 맞고 있다 보니 밸런스까지 무너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지완은 지난해 10월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 괌 재활 캠프에서 재활 과정을 밟았다. 이후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했지만, 히로시마와의 연습 경기 도중 불의의 갈비뼈 부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완벽하게 시즌 준비를 못 했고 러닝 훈련, 웨이트 트레이닝 등이 부족했다.
박 코치도 “훈련량이 적어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자기 스윙을 하면서 삼진 당하면 문제 없을 텐데 지금은 타이밍이 맞지 않아 스탠딩 삼진도 나오고 어이없는 스윙도 나온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내 “(나)지완이가 경기 전후로 특타를 하고 있다.‘타격 훈련 좀 하겠다’고 먼저 말해줘 참 고마웠다”며 “문제 됐던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다. 조만간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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