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서 북한 화폐 유통 첫 확인…사기피해 우려
이집트 북부 지역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북한 화폐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22일 이집트 교민사회와 주이집트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최근 수도 카이로에서 서북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다만후르 지역에서 북한 지폐 유통이 목격됐다.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에서 북한 화폐의 시중 유통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폐는 북한이 2009년 화폐 개혁 이전에 사용한 5,000원짜리 구권(舊券)으로 파악됐다. 한국 정부도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북한 화폐가 이집트에서 실제 유통된 것으로 보고 역추적에 나섰다.
이 북한 화폐를 처음 목격한 한국인 사업가 A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집트 현지인에게서 '이 화폐를 달러로 바꿀 수 있느냐'는 환전 문의를 받으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A씨는 "한 이집트 지인이 자동차 부품을 팔면서 북한 돈 500만원을 5,000원짜리 1,000장으로 받았다고 했다"며 "이 지인은 북한 화폐를 한국 돈으로 잘못 알고 나한테 물어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을 산 뒤 북한 돈을 지급한 남성은 이집트 지인에게 북한 또는 남한 출신인지는 밝히지 않은 채 "한국 사람"이라고만 자신을 소개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의 북한 화폐 앞면에는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앙은행'과 함께 숫자 '5000', 한글 '오천원'이 표기돼 있다. 뒷면에는 김일성의 생가로 보이는 초가집이 보인다. 이 화폐의 일부는 이미 이집트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그 이집트 지인이 북한 돈 500만원 이상을 현지환전소에서 거액의 이집트 파운드로 바꿨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집트에서 실제 어느 정도 규모의 북한 화폐가 유통됐는지, 자동차 부품 대금으로 북한 돈을 지불한 사람이 진짜 북한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북한 화폐 유통에 따른 환전 사기도 우려된다. 북한 화폐가 북한 내에서만 통용될 뿐 국제적으로 사용되지 않아 실질적 화폐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북한 환전 사기에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며 "다량의 북한 화폐를 보유하고 국내를 출입하면 '남북 교류 협력법' 등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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