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때까지 공식 일정 안 잡을 듯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21일 총리실은 종일 술렁거렸다. 이 총리는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공관에 머물며 두문불출했고, 총리실 주변에선 “또 후임 총리 인사청문회를 준비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감지됐다.
총리에 이어 총리실 2인자인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전 8시 35분쯤 최민호 총리 비서실장과 함께 정부서울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추 실장은 출근 직후 총리실 1급 이상 간부들을 긴급 소집, 향후 총리실 운영 방향과 국정 공백 최소화 방안을 논의했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20일 밤 이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실세 총리'의 퇴장에는 안타까워했다. 한 관계자는 "여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 총리가 취임한 이후 당정청 거리가 전보다 확실히 가까워졌다. 이 총리의 부지런한 광폭 행보를 보면서 실세 총리였던 JP(김종필 전 총리)를 떠올리기도 했다"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다섯 차례나 총리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던 총리실은 두 달 만에 여섯 번째 청문회 준비에 돌입하게 됐다. 그러나 이 총리가 공식적으로는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 총리는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머물렀다. 이 총리는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오후 3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리는 과학의 날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사의 표명 이후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평상복 차림으로 공관을 거닐며 생각에 잠겨있는 이 총리의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자주 잡히기도 했다.
총리실 측은 이 총리의 향후 일정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일정이 취소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홍원 전 총리의 경우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에도 국무회의나 국가정책조정회의 등 최소한의 총리 역할은 수행했다. 반면 이 총리는 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퇴임 때까지 공식 일정 자체를 잡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총리의 사표는 27일 박근혜 대통령 귀국 이후 공식 수리될 전망이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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