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너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고 있어요.”
넥센 송신영(38)이 민망한 듯 웃음지었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관심에 그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지만, 그 덕분에 팬들도, 팀도 함께 웃고 있다.
송신영은 지난 19일 KIA전에서 3200일 만의 선발승을 거뒀다. 2008년 5월17일 사직 롯데전 이후 불펜 투수로만 뛰다 불혹을 눈 앞에 두고 보직을 전환한 그의 호투에 이목이 집중됐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송신영이 최고의 피칭을 했다”며 치켜세웠고, 송신영도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여운은 이틀이 지난 21일까지 이어졌다. 이날 목동 두산전을 앞두고 목동구장 홈팀 선수 휴게실에는 ‘축하상’이 차려졌다. 송신영의 팬클럽이 준비한 선물이다. 팬클럽 회원들은 ‘4월19일 승리투수 송신영(19번)이 쏩니다. 사랑합니다X19’가 적힌 현수막까지 걸어두고 각종 음료와 과일, 샌드위치 등 경기 전 선수들이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까지 꼼꼼하게 준비했다. 올해로 프로 17년 차를 맞는 송신영도 이렇게 현수막까지 걸린 ‘축하상’은 처음 받아 본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송신영은 “몰랐는데 오늘 야구장에 나오니 (박)병호가 휴게실에 가보시라고, 부페를 차려놨다고 하더라”며 “병호가 자긴 50홈런을 쳐도 이런 게 없다며 부러워하더라”고 말했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베테랑의 어깨도 더욱 으쓱해졌다. 송신영은 “오늘 이 선물을 해준 친구들과 모바일 메신저 단체 채팅방이 있다. 그 친구들에게 ‘누가 이렇게 이쁜 짓을 했느냐’고 물어봤다”며 에둘러 감동받은 속내를 드러냈다.
그만큼 의미가 깊은 1승이었다. 베테랑으로 지난 7년간 몸에 익은 보직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음에도 팀을 위해 기꺼이 구슬땀을 흘렸다. 특히나 지난해 부진을 겪으며 은퇴까지 고려했던 그의 ‘회춘투’에 팀 동료들의 마음도 뜨거워졌다. 이날 경기 전 임시 주장을 맡은 유한준은 선수단 미팅에서 “지난 경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자”고 말했다. 송신영은 “한준이는 자기가 말하면서도 울컥하더라”며 웃은 뒤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그를 당분간 5선발로 계속해서 기용할 계획이다. 선발진이 약해 고민인 팀으로서는 그의 호투에 기대감이 더 커졌다. 송신영은 “1승을 했는데 너무 주목받고 있다”며 몸을 낮췄지만 “오늘 볼을 던져보니 특별히 힘들 거나 부담이 가는 부분이 없다. 앞으로도 계속 잘 해야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목동=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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