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28)씨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 어머니와 새 여동생이 생겼다. 밝고 여성스러운 여동생과 친남매 이상으로 가까워졌지만 어느 날부터 여동생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성적 충동마저 생긴 A씨는 죄책감이 들어 답답한 마음에 사랑의전화 상담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를 직접 만나 상담하기는 부끄럽기도 했지만 전화로 상담을 하는 것에 부담이 덜했다. 상담원은 “이미 성인이 된 남녀가 한 집에 모였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면서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고 함께 가정을 이룬 남매이기 때문에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담원은 “강해지는 성적 충동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따로 살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상담원의 조언을 받아 들인 A씨는 살 곳을 구해 독립해 살면서 충동을 다스려 여동생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 50대 주부 B씨는 우연히 남편과 같은 직장에 다니는 여직원이 남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여직원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는 평소 무뚝뚝한 남편이 자신에게 보낸 것과 달리 자상하고 다정했고, 하트까지 달려 있었다. 남편은 부적절한 관계는 아니지만 소위 ‘오피스 와이프’라는 존재를 인정했고 사과했지만 B씨의 분노와 설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사랑의전화 상담센터에 전화한 B씨는 자신의 얘기에 공감하며 마음 아파하며 들어주는 상담원에게 감정을 쏟아냈다. 수 차례 상담 후 B씨는 “혹시 남편에게 무심하지는 않았나”라며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보며 진정을 찾게 됐다.
2014년 한국인의 고민 1위는 ‘성(性)’ 문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사랑의전화 복지재단이 발간한 ‘2014 사랑의전화 상담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화상담을 한 5,787명 중 19.8%(1,145명)가 성 문제로 사랑의 전화를 찾았다. 가족 문제(17.5%)가 두 번째였고, 부부 문제(13.5%), 인생 문제(11.5%), 사회 문제(10.6%), 이성 문제(10.5%) 등이 뒤를 이었다.
성 문제로 상담을 받은 사람 중 20대가 409명으로 가장 많았고, 14~19세가 200명, 30~39세가 169명이었다. 가족 문제로는 자녀 문제(40.8%)가 가장 큰 고민이었고, 시부모를 포함한 부모와의 갈등(17.0%)이 많았다. 부부 문제는 성격 차이(26.1%), 배우자의 외도(24.6%), 성 생활(19.6%)에 대한 상담이 많았다.
1981년 처음 전화상담을 시작한 사랑의전화 관계자는 “2013년부터 성 문제로 상담을 하는 시민들이 늘었다”며 “개방적인 성 문화와 음란성 전화상담 이용자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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