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병력 파견, 조직 소탕
리비아에선 난민선 파괴 작전도
지중해를 통해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난민을 수송하는 불법 난민선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EU)이 군사작전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지중해에서 난민선의 잦은 전복으로 일시에 수백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잇따르자 국제사회에서 “유럽의 수치”라는 비난이 거세지면서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EU 28개국 회원국 외무장관과 내무장관들은 20일 룩셈부르크에서 특별 합동회의를 개최하고 아프리카에서 난민을 모아 불법 난민선에 태우는 범죄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해안 경비를 통한 난민선 적발은 한계가 있는 만큼 아프리카의 불법이민 프로세스를 뿌리 뽑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내 무장조직들은 이집트와 수단 등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돈을 받은 다음 이들을 유럽과 최단거리에 있는 지중해 연안의 리비아로 이동시켜 난민선에 태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장관들은 회의에서 이집트와 튀니지, 니제르 등과 협력을 통해 아프리카 내 불법 이민 알선책들을 소탕하는 것은 물론 리비아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전투 병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또한 특수부대를 리비아에 파견해 불법 난민선이 출발하기 전 파괴하는 작전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EU 이민ㆍ내무 담당 집행위원은 “과거 소말리아 해적에 맞서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동부) 지역에서 펼쳐졌던 민ㆍ군 합동작전과 유사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군사 작전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 주요국 지도자 모두 밀입국 조직과의 전쟁을 난민 대책의 최우선으로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EU 고위관계자는 “EU의 군사작전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에 솔직히 회의적”이라며 “불법 난민선 사업을 벌이는 아프리카 범죄조직들을 선별해 타깃을 정하는 것도 어렵지만 타깃이 정해지더라도 이들을 실제 아프리카에서 소탕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불법 난민선 문제는 그 동안 난민들의 주요 도착지인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이 도맡아왔지만 역부족이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지중해 난민선에 올랐다가 숨진 희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배나 증가했다. 실제 이달 12일과 18일에도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잇따라 전복돼 총 1,200여명이 사망했다.
EU 장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에 집중된 난민 구조 부담을 회원국 전체가 공유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10개 항의 즉시 행동계획을 제안했다.
특히 10개 행동계획 중 EU 국경관리기관 프론텍스의 난민 구조작전 ‘트리톤’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고 시행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트리톤은 이탈리아 해안에서 약 50㎞ 떨어진 지점까지 선박과 항공기 등을 동원해 난민 구조 활동을 벌이는 작전을 말한다.
EU는 이날 회의에서 제안된 방안들을 이달 23일 난민 참사와 관련해 열리는 긴급정상회의에서 확정할 계획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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