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지원 견제 위해 군사적 압박
이란, WP기자 간첩 혐의 재판 채비
핵협상 세부조건을 둘러싼 추가 논의가 임박한 가운데, 미국과 이란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워싱턴포스트(WP) 기자를 간첩 혐의로 기소하고, 이에 맞서 미국은 예멘 해역으로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해 이란의 예멘 반군 지원을 견제하고 나섰다.
미 국방부 스티브 워런 대변인은 20일 “페르시아만에 주둔해 있던 핵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와 유도미사일 순양함 노르망디호를 걸프 해역인 아덴만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이들 함정은 이미 아덴만에 배치된 구축함 윈스턴 처칠호 등 7척의 전함과 함께 이 지역에서 해상안보 작전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해군 관리 말을 인용, 루스벨트호를 급파한 목적은 이란의 후티 반군 지원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이 후티 반군 지원을 위해 지난 주말 7~9척으로 이뤄진 함대를 예멘 해역으로 이동시킨 데 대한 맞대응 조치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항모 전단 파견은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게 주목적이지만, 유사시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압박에 맞서 이란은 지난해 7월 말부터 억류 중인 WP 테헤란 주재 특파원 제이슨 리자이안(38)에 대한 사법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WP는 이날 리자이안의 변호사인 레일라 아산의 말을 인용해, 이란 사법 당국이 간첩 혐의와 또 다른 3개 혐의로 재판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아산 변호사는 리자이안을 90분간 접견한 후 발표한 성명에서 “리자이안이 적국 정부와 협력하고 반체제 선전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면서 “리자이안은 국내외 비밀 정보를 수집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적국 정부와의 협력 혐의와 관련, 이란은 리자이안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는 점을 한 예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리자이안은 지난해 12월 공식 기소됐으나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 당국은 그 동안 그가 허가된 취재활동 이외의 활동을 했다고만 밝혀왔다.
이에 대해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간첩 혐의 철회와 함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 사법 당국의 공식 발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터무니없는 일로, 이란 당국은 즉각 간첩 혐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국 갈등이 확산되면서 이달 초 포괄적 원칙에 합의한 뒤, 조만간 세부조건 협상으로 이어질 미국ㆍ이란 사이의 핵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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