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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는 추락… 이완구의 자충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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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는 추락… 이완구의 자충수5

입력
2015.04.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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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65) 국무총리가 물러난다. 취임 두 달여 만에 망자에 발목을 잡혔다. 이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64·사망)에게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돈 전달 과정에 개입한 사람들과 목격자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잦은 말 바꾸기와 거짓 해명으로 화를 키운 측면도 있다. 결국 '성완종 리스트'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이 총리, 그에게 자충수가 된 발언들로 이번 사태를 되돌아봤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5회 장애인의날 기념식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5회 장애인의날 기념식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1. "대가 치르더라도 부정부패 발본색원"

지난달 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 총리가 꼽은 대표적인 부패 사례는 해외자원개발사업, 방위사업,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개인의 사익을 위한 공적문서 유출 등. 이 총리가 강도 높은 사정계획을 밝힌 것을 두고, 사실상 MB정부 등 과거 정권의 비리 척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기사보기)

그로부터 엿새 뒤인 18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MB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과 관련, 수사의 첫 타깃으로 한국석유공사와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했다. 경남기업의 대주주는 새누리당 의원을 지낸 성완종 전 회장. 검찰은 성 전 회장을 출국금지조치하고 해외자원개발 사업 참여 후 자금흐름을 집중 수사했다. (▶기사보기)

이 총리의 승부수는 통하는 듯 했다. 인사청문회 당시 집중포화를 맞으며 상처를 입었지만,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며 '할 말을 하는' 책임 총리로 다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허니문은 한 달을 지나지 않았다. 지난 10일,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기사보기)

지난달 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정부패 척결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정부패 척결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 "성완종 전 회장과 친밀한 관계 아니다"

성 전 회장이 숨진 다음 날인 지난 11일, 이완구 국무총리는 총리실을 통해 "성 전 회장과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성 전 회장이 메모를 통해 금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성완종 리스트'에 이 총리의 이름이 올랐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의 윗옷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친박계 실세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내역이 남겨 있었는데,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액수가 명시된 것과 달리 이 총리는 이름만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공개한 성 전 회장과의 인터뷰에 이 전 총리의 '3,000만원 수수 의혹'이 나와 논란이 커졌다. (▶기사보기)

취임 첫 과제로 '부패와의 전쟁'을 내세웠던 이 총리는 난감해졌다. 이 총리 측은 "성 전 회장의 죽음과 이 총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과) 19대 국회 때 1년을 함께한 것 외에는 특별한 인연이 없고 사이도 썩 좋지 않았다"며 "(성 전 회장이) 총리 담화를 오해해 나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총리의 해명과는 달리 두 사람의 친분관계는 계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에는 검찰 수사결과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최근 1년간 210여 차례 전화를 주고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기사보기) 이에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200여 차례 통화는) 거의 뭐 부부관계라고 봐야 한다, 그 정도로 밀접한 관계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3. "돈 받은 증거 나오면 목숨 내놓겠다"

지난 14일, 국회대정부질문에서 이 총리는 "망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 4월 이 총리(당시 의원)에게 3,000만원의 선거자금을 건넸다"고 말한 데 대한 강한 반박이었다. 이날 이 총리의 수 차례 '목숨'을 거론하며 본인과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했다. (▶기사보기)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총리의 해명은 궁색해졌다. 바로 다음날인 15일, 경향신문은 "성 회장이 2013년 4·24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비타500’ 상자에 3,000만원을 넣어 이 총리에게 전달했다"는 성 전 회장 측근의 증언을 보도했다. '3,000만원 수수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면서 야당뿐 아니라 여당의 비난도 거세졌다. (▶기사보기)

'목숨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총리는 해명에 나섰다. 16일 국회대정부질문에서 "목숨을 내놓겠다는 발언이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가 너무 격해서 신중하지 못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대정부 질문 기간 나흘 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연루된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 질문 공세를 당해 온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종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정부 질문 기간 나흘 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연루된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 질문 공세를 당해 온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종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4. '내가 총리니까 나에게 얘기하라'

이 총리는 '오락가락 발언'으로 스스로 신뢰성을 무너뜨렸다. 13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총리는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스스로 말을 뒤집는 일을 반복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매번 말을 바꾸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신임을 잃었다.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2012년 대선 관여 여부와 성 전 회장과의 관계, 3,000만원 수수 여부, 휴대전화 개수 등 크고 작은 질문들에 모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대개 초기엔 부인하다가 증거가 나오면 '잘 몰랐다'고 얼버무리기 급급해했다. (▶기사보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선 이 총리의 고압적 태도도 문제가 됐다. 본인과 관련된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제보자들에게 따져 물은 정황이 잇따라 보도됐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이 총리를 원망했다"는 말을 전한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에게 12차례 전화를 걸어 따져 물었고(▶기사보기), 이 총리의 비서관은 전직 운전기사의 부인에게 협박 전화를 한 사실이 포착됐다. (▶기사보기)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4.19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55주년 4.19혁명 기념식 행사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자 비옷을 입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4.19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55주년 4.19혁명 기념식 행사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자 비옷을 입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5. "충청도 말투가 그래요"

지난 16일, 국회대정부 질문 마지막 날 이 총리는 황당한 발언을 했다. '거듭된 말 바꾸기' 지적에 이 총리는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 곧바로 딱딱 얘기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보통 '글쎄요'하는 게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는 이번 사태를 대하는 이 총리의 안일한 자세를 그대로 보여주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걸겠다"는 총리가 "충청도 말투"를 거론하며 해명하는 게 궁색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칼럼보기)

이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기간 동안 국정에 공백이 없게 하겠다"며 업무에 매진했지만, '시한부 총리' '식물총리'라는 비난은 잦아들지 않았다. 이 총리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이 총리의 거듭된 말 바꾸기가 논란이 되자 여야 모두 총리에게서 등을 돌렸다. 결국 지난 20일, 이 총리는 순방 중인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기사보기)

결과적으로 이 총리는 취임 두 달여 만에 스스로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총리의 거듭된 말 바꾸기가 신뢰 추락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사실, 이 총리의 화법이 논란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초기에는 '언론 외압 의혹'을 부인했지만, 막상 청문회가 시작되자 모두발언에서 "잘못했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기사보기)

김지현기자 hyun16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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