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한 방쯤은 우스운 엄마들이 안방과 스크린을 점령하고 있다.
김희선, 김정은, 김혜수가 이보다 더 강할 수 없는 캐릭터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희선과 김정은은 MBC의 밤을 책임지는 강한 엄마들이다. 김희선은 수목극 ‘앵그리맘’에서, 김정은은 주말극 ‘여자를 울려’에서 예쁜 미모 대신 강인함을 내세우고 있다.
김희선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딸을 위해 고등학생으로 변신해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의 부조리한 단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특히 과거 ‘껌 좀 씹었던’ 날라리 여고생에서 현실에 안주한 아줌마로 살다 딸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자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학교 안으로 직접 뛰어든다. 김희선은 극중 어릴 적 별명 ‘벌구포 사시미’답게 거친 언행을 내뱉고, 식당에서 싸우는 취객들을 단숨에 제압하는 등 이전과 확실히 다른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바닥을 구르고 공중에 뜨는 액션 연기도 능숙하게 소화하며 시청률 지분을 야금야금 늘려가고 있다.
김정은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은 극중 외아들이 학교 폭력으로 세상을 떠난 뒤 경찰을 그만두고 밥집 아줌마로 살아간다. 김정은은 방송 2회 만에 깡패에게 폭행을 당하는 이들을 직접 응징했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의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매치기범도 거침없이 제압했다. 여형사 출신이라는 과거가 설명하듯 여러 명의 조폭을 상대로 현란한 액션을 선보이며 통쾌감을 선사했다.
김희선과 김정은은 엄마의 시각에서 학교 폭력에 접근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사고 있다. 학교 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된지 오래고, 하루 건너 하나씩 폐해가 알려지는 상황에 피해 학생들의 부모가 느끼는 분노, 아픔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김희선과 김정은은 내 아이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시청자들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가진 자들의 돈과 권력이 아닌 그야말로 맨몸으로 학교 폭력과 마주하는 터라 시청자들이 느끼는 체감효과는 더욱 크다.
김혜수는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엄마라고 불리는 여자를 연기한다. 내 배에서 나온 자식들을 키우는 엄마가 아니라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데려와 채무자, 장기밀매, 살인 등에 써먹는 악인의 대모다. 김혜수는 극중 이름이 있음에도 등장 인물들로부터 엄마라 불린다. 마치 식당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종업원에게 이모라 부르듯 엄마는 일종의 호칭일 뿐이다. 김혜수는 앞서 김희선, 김혜수가 사회 정의에 나서는 것과 달리 돈을 위해서라면 눈 깜짝 하지 않고 식칼로 목을 딸 정도로 냉혈한을 연기한다. 그러나 영화 막판 피를 나누지 않은 아이에게 일말의 모성애를 느끼는 모습도 보여준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여성을 넘어 엄마가 표현할 수 있는 강인함, 남성과 다른 힘의 존재감을 표현할 수 있어 요즘들어 엄마의 캐릭터가 더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아기자 lalala@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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