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총리 낙마 트라우마'에 후임 인선 숙고할 듯
靑 "실무 준비 진행"…朴대통령 귀국후 본격절차 진행 전망
도덕성 제1기준에 '정치개혁·경제활성화' 추진력 갖춰야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발목 잡혀 사의를 표명하면서 '총리 낙마'의 트라우마가 재현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초대 총리로 지명된 김용준 후보자의 사퇴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빚어진 안대희·문창근 후보의 연쇄 낙마 사태는 인사문제와 관련해 현 정부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박 대통령은 집권3년차를 맞은 올해초 여권진용 개편에 나서며 지난 1월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총리로 지명했다. 개혁과제 추진과 정치권과의 소통에 방점을 찍은 정치인 출신의 총리 기용이었다.
하지만, 이 총리는 도덕성 논란 끝에 인사청문회를 어렵사리 통고했고, 취임 이후 두달 만에 성완종 파문의 직격탄을 맞으며 중도하차했다.
박 대통령은 귀국 이후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며 후임 인선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후임 총리 인선에 최대한 신중을 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법조인, 정치인, 언론인 출신 후보 등 다양한 카드를 써봤지만,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임 총리는 '인사 트라우마'를 깰 수 있는 최선의 카드를 고르기 위해 숙고를 거듭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지명 초기 '준비된 총리'로까지 불렸던 이 총리마저 '성완종 리스트'발(發) 금품수수 의혹에 휘말리며 사의를 표명한 만큼 차기 총리 후보는 누구보다 완벽한 도덕성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차기 총리 후보마저 도덕성 시비에 휩싸인다면 집권 3년차 박근혜 정부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
이와 함께 현 정국 상황까지 감안하면 박 대통령은 국정과제 추진력과 정치개혁의 상징성을 겸비한 후임 총리 물색 작업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완종 파문에 따른 여론 악화와 야당의 공세로 국정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무원연금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와 경제활성화를 차질없이 해내야 하고, 성완종 의혹에 대한 정공법으로 제시한 정치개혁도 완수해야 하는 이중·삼중고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선 도덕성이 검증된 고위관료 출신이 차기 총리 후보에 적합하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권 내에서 벌써부터 차기 총리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윤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금융감독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는 등 정권의 컬러와 상관없이 전문성과 추진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강점이지만, 정국의 반전을 꾀할 만한 신선한 카드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이 총리의 갑작스런 사의표명에 총리 직무대행을 맡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의 총리 기용설도 나온다. 친박 인사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데다 국정과제 추진의 동력을 계속해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최 부총리와 황 부총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말께 친정인 새누리당으로의 복귀를 강력히 희망할 수 있고, 이 전 장관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 부총리 등의 기용이 현실화될 경우 후임 부총리 인선으로 개각 범위가 커지고 내각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단점이다.
박 대통령이 정치개혁을 위한 성완종 의혹의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한 만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총리로 기용할 것이라는 여권 일각의 관측도 있다. 그러나 황 장관은 대표적인 공안통 검사 출신인데다 현재의 사정정국을 불러온 지휘선상에 있다는 야당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도덕성 측면을 부각시킨다면 조무제 전 대법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단골 총리 후보로 거론되지만, 본인들이 고사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황찬현 감사원장 등 현 정부에서 검증된 무난한 인사를 기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인 출신으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연히 실무적 준비 절차는 진행될 것이고, 박 대통령 귀국후 여러가지 변수를 두루 고려해 신중하게 인선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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