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주 158㎞, 곽정철 157㎞, 한승혁 155㎞, 윤석민 152㎞.’
경부고속도로 같으면 50㎞, 국내 고속도로 중 제한속도가 가장 높은 중부고속도로나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라도 40㎞ 초과다.
KIA에 ‘광속 불펜’이 탄생할 조짐이다. 한승혁(22)과 복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기주(28), 곽정철(29)이 그들이다. 2군에서 개막을 맞았던 한승혁은 지난 17일 시즌 첫 1군 엔트리에 합류해 18일 광주 넥센전에서 1-4로 뒤진 7회 등판, 8회 박헌도를 상대로 최고 시속 155㎞의 광속구를 뿌렸다. 2⅔이닝 1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아웃카운트 8개 중 6개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스타트를 끊은 한승혁에 이어 2011년을 끝으로 부상과 군 복무로 1군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던 곽정철, 3년 가까이 손가락과 팔꿈치 등 수술과 재활을 반복한 한기주도 2군에서 복귀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이들 세 명이 본격적으로 불펜에 가세하면 마무리 윤석민(29)과 함께 KIA는 메이저리그 팀에서나 볼 수 있는 꿈의 불펜을 가동할 수 있다.
평균 150㎞를 던지는 한기주는 이미 여러 차례 155㎞ 이상을 찍었고, 비공인이지만 최고 158㎞까지 던진 적도 있다. 공백 기간이 길어 2군에서 아직은 140㎞대 초ㆍ중반의 스피드에 그치고 있지만 몸 상태를 서서히 끌어 올리면 구위도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곽정철은 2010년 개인 최고인 157㎞를 찍었는데 특히 오승환(한신)처럼 체감 구위가 훨씬 더 묵직하다. 윤석민은 선발로 등판할 때도 최고 152㎞를 던졌다. 마무리로 보직을 바꾸었기 때문에 정상 궤도에만 오르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KIA는 선발 투수 중에서도 양현종과 스틴슨이 150㎞를 넘길 수 있을 정도로 파워 피처들이 즐비한 팀이다. 김진우와 이범석, 임준혁 등도 150㎞는 우습게 넘겼다. 대표적으로 빠른 볼 투수를 선호하는 양상문 LG 감독은 “최소 140㎞를 넘지 않으면 요즘 야구에서 타자들의 힘을 이겨낼 수 없다”고 말한다. KIA가 유난히 많은 강속구 투수를 배출한 이유 역시 우연이 아니다. 유독 스피드에 집착했던 KIA는 과거 해태 시절부터 선동열, 김정수, 문희수, 신동수 등 일단 공이 빠른 투수를 선호했다.
문제는 최근 빈공에 시달리고 있는 타선이다. 개점 휴업 중인 윤석민이 그렇듯, 아무리 불펜이 강해도 팀 타선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때문에 이들 가운데 선발 전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사진=KIA 한승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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