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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어 경기 살린다" 재정확대론 뜨거운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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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어 경기 살린다" 재정확대론 뜨거운 공방

입력
2015.04.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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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필요하면 추가 부양책 펴겠지만

한은이 시장상황 지켜보며

금리 정책에 변화 줄 필요"

이주열 한은 총재

"추경 집행 요건 엄격해도

성장세 회복 위해선

재정이 제 역할 해줘야 한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정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정확대는 국가부채 증가를 감수해야 하는 양날의 칼. 확대론자들은 그럼에도 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만성적인 세수부족 탓에 수년간 정부가 ‘확장재정’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긴축재정’을 펼쳐왔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신중한 입장에도 불구, 민간연구소는 물론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재정 역할론을 주문하면서 공방은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불붙는 ‘통화 VS 재정’ 정책 공방

지난주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했던 이주열 한은 총재는 18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려면 구조개혁을 해야 하는데, 굳이 따진다면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요건이 엄격하지만 성장세 회복을 위해 재정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추경을 압박했던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의 연장선상이다.

반면 이 총재와 함께 G20 회의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뭇 다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17일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하반기에 추가 부양책을 펴겠다”면서도 “한은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금리 정책에 변화를 줘야 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통화정책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민간 연구기관에서도 상반된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한상완 원장 대행은 "한은이 이미 수 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한 만큼 이제는 재정정책이 나서야 할 차례"라고 주장했다.

반면 LG경제연구원은 재정정책보다는 여전히 통화완화 정책을 앞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재정적자 누증 및 세수결손 부담을 감안하면 재정을 통한 부양책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정부 재정은 사실상 긴축”

이런 갑론을박의 배경에는 재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은 지난해 7월 취임 후 ‘46조원+α’의 정책패키지 자금을 비롯, 대대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선언했다.

하지만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실제 작년 재정이 경제성장률(3.3%)에 기여한 비중은 0.2%포인트에 그쳤다. 재정의 성장기여율로 따지면 고작 6%다. 국내총생산(GDP)이 100원 증가했다면 이중 재정의 효과는 6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 비율은 2012년(17.4%), 2013년(20.7%)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재정의 존재감이 확 쪼그라든 데는 세수부족에 따른 정부지출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 작년에 정부가 계획했던 지출액은 317조원(총세출)이었지만 결산 결과, 최종 집행된 지출액은 291조5,000억원에 그쳤다. 11조원에 달하는 세수결손 탓에 계획대로 쓰지 못한 돈(예산 불용액)이 17조5,000억원이나 됐다. 계획은 확장재정이었지만 실상은 긴축 재정이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기존 재정확대 조치도 내용을 뜯어보면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의 46조원 패키지 가운데 30조원 가량은 대출 형식의 금융ㆍ외환 지원이고, 재정 투입 역시 대부분(8조6,000억원) 국민주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을 활용한 민간 융자금 확대책이어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같은 ‘직접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
이주열 한은 총재

재정확대 효과ㆍ여력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 시점에서 재정확대의 적절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경기에 대한 상황판단, 기대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시각차 등에 따라 선택지는 확연히 갈린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현 상황은 장기침체라기보단 비교적 소규모의 경기변동 국면”이라며 “재정정책에 비해 의사결정이 빠르고 신속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가계부채 급증 추세로 볼 때 금리를 내려서 얻는 이익보다 비용이 더 큰 상황”이라며 “상반기에 예산을 앞당겨 집행한 뒤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추경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정 확대책의 대표 수단인 추경의 현실성도 논란거리다. 국가재정법 상 추경의 법적 요건은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ㆍ대량 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다. 이주열 총재의 지적처럼, 정부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추경은 아니란 얘기다.

관건은 ‘경기침체’에 대한 해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13년 추경 당시 국회를 설득한 논리는 ‘7분기 연속으로 0%대 성장이 지속돼 경기침체가 우려된다’는 것이었는데, 최근 장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작년 1분기 성장률이 1.1%로 조정되면서 이번에는 같은 논리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물론 1, 2분기 성장률이 모두 0%대에 머물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추경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상반기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이다.

재정 여력에 대한 시각도 갈린다. 작년 말 현재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7%. 재정 확대 찬성론자들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당장 1~2%포인트의 증가는 감내할 수 있다”지만, 반론이 만만찮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갈수록 채무 부담이 늘어날 텐데, 지금보다 빠른 증가(재정 추가확대)는 우려스럽다”고 했고,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채무비율이 당장 40%로 높아져도 당장 큰 일이 나지는 않겠지만 다만 그럴 만큼 지금이 위기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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