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후계구도에도 유리" 평가
SK C&C와 SK㈜의 합병으로 가장 수혜를 보는 주인공은 바로 최태원 SK 회장이다. 그 동안 불안정했던 그룹 지배권을 확실하게 정리하면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최 회장이 왜 지금 합병을 결정했는 지에 대한 시기적 문제다. 최 회장은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형이 확정돼 2년 넘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한때 최 회장이 가석방이나 사면을 통해 조만간 경영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던 터라 이번 ‘옥중 결정’은 양사 합병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시기를 늦춰서 SK C&C 주가가 더 올라가면 SK㈜와 합병할 때 최 회장 지분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주가가 떨어지게 되면 오히려 지분이 더 줄어들게 된다”며 “현재 SK그룹은 양대 축인 텔레콤과 에너지 사업이 모두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어서 다른 계열사들의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03년 소버린 사태 때 홍역을 치르면서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시급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그만큼 그룹의 지배권 강화는 최 회장의 오랜 숙제였다. 이번 합병을 통해 최 회장의 SK C&C 지분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지분까지 포함하면 오너 일가가 합병회사 지분 30%를 보유하기 때문에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더불어 합병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비판을 희석할 수 있고, ‘무늬만 지주회사’라는 지적까지 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합병 이후 지분 측면에서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LG 등 다른 대기업의 오너 일가보다 훨씬 높아져 매우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양 사 합병은 수익창출 측면에서 최 회장에게 나쁠 게 없는 상황이다. 합병회사는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관리형 지주회사가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독자 사업을 추구하기 때문에 대주주인 최 회장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성과를 낼 수 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사업을 통한 수익창출에 계열사 지분투자에 따른 배당금도 받을 수 있어 최 회장이 이전보다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후계구도를 감안했을 때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게 유리하다는 측면도 합병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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