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 前 회장, 자살 직전 김기춘 자택 인근서 배회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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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 前 회장, 자살 직전 김기춘 자택 인근서 배회한 흔적

입력
2015.04.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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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자택과 도보 10~15분 거리

평창동 K빌리지ㆍ정토사 주변서

오전 휴대전화 신호 포착돼

통화나 만남 시도 가능성에 무게

인근 CCTV 확인이 관건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자택 전경.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김 전 실장 자택 일대는 물론 성완종 전 경남기업이 숨진 당일 배회한 것으로 추정되는 평창동 K빌리지.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김 전 실장 자택 일대는 물론 성완종 전 경남기업이 숨진 당일 배회한 것으로 추정되는 평창동 K빌리지.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실세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뒷돈을 건넸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마지막까지도 몇몇 정권 실세들에게 구명을 요청했다고 한다. 성 전 회장 측근에 따르면 그는 특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접근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성 전 회장은 김 전 실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멀지 않은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갖은 의혹을 남겼다.

특히 본보가 20일 확인한 경찰의 무선 교신 기록 상에는 성 전 회장이 9일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김 전 실장의 자택 인근에서 배회한 흔적이 나타나 있다.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김 전 실장의 자택과 걸어서 10~15분 정도, 직선거리로 300m와 400m 떨어진 지점 등 두 곳에서 포착된 것이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한 시각으로 추정되는 오전 10시부터 3시간 전의 자취를 추정할 구체적 근거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성 전 회장이 막판까지도 김 전 실장에게 구명을 요청하려 애썼다는 진술이 나오는 가운데, 자살 당일 김 전 실장과 통화나 만남을 시도하려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 성완종 전화, 김기춘 자택 10분 거리서 신호

김민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경찰 무선 교신 녹취록’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9일 오전 평창동 K빌리지와 평창동 정토사 인근을 맴돌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K빌리지와 정토사는 김 전 실장의 자택(평창동 507-4)과 각기 400m와 300m씩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경찰은 당일 성 전 회장의 아들로부터 실종 신고를 받으면서 끝자리가 각기 64**, 30**인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2대의 번호를 확보했다. 이어 통신사 기지국 정보를 바탕으로 현장 추적팀과 교신에 나서는데 64**전화의 신호는 오전 9시 즈음 평창동 K빌리지 쪽에 머물렀다. 당시 종로서는 오전 9시 1분쯤 “64**전화의 신호는 K빌리지 근처로 고정값이고 30**전화는 평창동 260-17, 평창동 1872, 평창동 172-15(K빌리지)를 오간다”고 교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휴대전화 신호가 겹쳐 잡힌 곳은 K빌리지로 김 전 실장의 자택과는 차로 2~3분, 걸어서 10~15분 거리에 불과하다.

이어 오전 11시 3분 K빌리지 인근의 정토사에서도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혔다. 당시 경찰 112상황실은 “K빌리지에서 200m 거리에 있는 정토사 부근 통신사 기지국인데 피셀(pCELL)”이라고 현장에 알린다. 피셀은 일반 기지국을 통한 위치확인보다 더 정확도가 높아 실제와 최대 오차가 200m 남짓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현장을 수색하던 경찰은 당일 정토사를 방문하기도 했지만 “평소 성 전 회장이 온 일도 없고 오늘도 오지 않았다”는 주지 스님의 답변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그로부터 4시간 40분여 뒤인 오후 3시 46분, 경찰은 형제봉 인근에서 성 전 실장의 시신을 발견하고 무선 교신을 끝낸다.

● 자살 당일 김 전 실장과 만났나

경찰은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를 통한 위치 추적 기록만으로 그가 김 전 실장의 자택 주변을 배회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기지국의 휴대전화 신호로 추정하는 위치는 실제와 500m 가량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실제로는 한 자리에 있는데도 움직인 것처럼 나타날 수 있어 이것만으로 행적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위치와 오차가 200m인 피셀 신호가 잡힌 정토사 인근은 김 전 실장의 자택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 성 전 회장이 시신이 발견된 형제봉 매표소와는 정반대다. 정토사는 또 김 전 실장의 자택까지 차로 2분 여, 걸어서도 10~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곳을 반경으로 200~500m의 동심원을 그리더라도 김 전 실장의 자택이 포함되는 것 자체도 공교롭다. 김민기 의원은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장소는 생전 그가 자주 찾던 곳이 아닌 점 등을 보면 마지막으로 김 전 실장을 만난 뒤 절망해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김 전 실장의 당일 행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 전 실장 자택 주변 CCTV 관건

성 전 회장과 김 전 실장의 당일 행적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신호가 잡혔던 K빌리지와 정토사 및 김 전 실장 자택 인근의 CCTV 확인이 핵심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이 당일 자택을 나서 모처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앞서 17일 국회 안전행정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 전 실장 자택 주변의 CCTV 31개를 전부 탐문했는데 성 전 회장의 행적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고만 했을 뿐 김 전 실장의 행적은 밝힌 바가 없다.

김 전 실장은 청와대 비서실장이 된 이후로 그를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해왔으나 성 전 회장의 일정표에 2013년 11월 자신과의 약속이 기록된 사실이 드러나자 “충청 출신 국회의원 4~5명이 한 번 만나자고 해서 함께 점심 식사를 했고 밥값도 내가 결제했다”고 말을 바꾼 바 있다. 본보는 이날 일본에 머물다 귀국한 김 전 실장의 답변을 듣기 위해 다각도로 접촉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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