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부 등쳐 1억원 뜯어낸 40대 구속
청각장애 2급 A(61)씨는 식당 등에서 일하며 시각장애가 있는 부인(55)과 함께 살았다. 넉넉지는 않지만 생계 걱정은 없었다.
A씨 부부 삶에 양모(42)씨가 끼어든 2004년이었다. A씨는 부부는 경인국철 동인천역 인근 휴대전화 매장에서 양씨를 처음 만났다. 휴대전화를 사러 갔을 때였다.
양씨가 마수를 드러낸 것은 얼마 후였다. 양씨는 장애로 인해 휴대전화 이용료를 은행이나 온라인을 통해 납부하기 어려운 A씨 부부에게 이용료를 현금으로 내달라고 요구했다. 양씨를 믿었던 A씨 부부는 매장을 찾아 현금으로 이용료와 휴대전화 기기값을 냈다. 그런데 그 금액이 한달에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에 이르렀다.
양씨가 A씨 부부에게 2, 3달 간격으로 “새 휴대전화로 교체해야 한다”며 휴대전화를 강제로 바꿨고 휴대전화 이용료 등을 내지 않으면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A씨 부부가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구입한 휴대전화가 34대에 달했다. 양씨는 A씨 부부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 가입신청서도 위조했다.
양씨는 A씨 부부의 보호자 행세를 하며 부부가 살던 빌라를 처분하게 하거나 보험도 해지시켜 돈을 챙겼다. 양씨가 올 1월까지 A씨 부부에게 뜯어낸 휴대전화 이용료와 기기값 등은 모두 1억2,500만원에 이른다. 결국 A씨 부부는 재산을 모두 잃고 30만원짜리 월셋방월 전전하다 현재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 반면 양씨는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공갈과 사문서 위조 혐의로 양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처음엔 (A씨) 부부가 너무 많은 돈을 뜯겨 믿기지 않았다”며 “부부는 성실히 살았지만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고 피의자(양씨)는 이들 부부를 어르고 협박하고 감금하고 해서 돈을 뜯어냈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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