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밤(현지시간) 난민 700여명을 태우고 리비아를 출발한 배가 지중해에서 전복돼 대부분이 몰살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구조된 사람은 50여명에 불과하다. 인명피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지중해 최악의 참사가 될 것이라고 유엔난민기구(UNHCR)는 경고했다. 사고는 이탈리아령인 람페두사섬 남쪽 190여㎞ 지점에서 정원을 초과해 승선한 난민들이 지나가던 포르투갈 상선에 구조를 요청하려고 한쪽으로 몰리면서 배가 뒤집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20일에는 에게해에서 난민 200여명을 태운 배가 침몰했다.
지중해에서 난민들이 목숨을 건 밀항을 시도하다 떼죽음 당하는 사례가 2011년 리비아사태 이후 급증 추세다. 앞서 12일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전복돼 550여명 중 400여명이 희생됐고, 이틀 뒤에는 100여명이 탄 난민선에서 종교갈등에 따른 싸움이 벌어져 소수계인 기독교 난민 12명이 바다에 수장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난민선이 뒤집혀 360여명이 몰살당했고, 9월에도 리비아에서 출발한 난민선 3척이 잇따라 침몰해 500여명이 숨졌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에서 숨진 난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0배가 늘었다. 지중해가 바다가 아니라 난민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리비아가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무정부상태에 빠지면서 해안통제가 허술해지자 유럽행을 꿈꾸는 중동ㆍ아프리카 난민들이 대거 리비아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리비아는 이탈리아나 지중해 섬나라인 몰타와 가장 가깝다. 리비아에서 대기중인 난민만도 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EU의 난민대책은 미온적이다. 이탈리아는 EU의 지원을 받아 2013년부터 해군을 동원한 난민 구조작전인 ‘마레 노스트롬’을 실시해 왔으나 지난해 11월 EU가 자금지원을 중단하면서 구조범위가 훨씬 제한된 ‘트리톤’ 작전으로 대체됐다.
유럽이 난민 문제에 소극적인 것은 경제난과 테러, 이질적 종교 등에서 비롯된 반 이민자 정서 때문이다. 다음달 각각 총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는 영국과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여론에 편승해 이민자의 유입을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난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해상구조가 불법 밀입국을 부추긴다고 비판이 나올 정도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난민들의 참혹한 희생을 외면하고 방조하는 것은 특정국가나 지역의 문제로 넘겨서는 안될 반인륜적 행위다. 리비아가 난민 집단탈출의 집결지가 될 정도로 통제불능으로 치닫게 된 데는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공습을 단행한 서방의 책임도 있다. 국경통제를 강화하고 난민들을 위한 역외 수용소를 설치하는 등 의 대책부터 우선적으로 강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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