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에서 열리는 동서양 연주 3선
꽃잎 흩날리는 봄날, 고즈넉한 한옥에서 명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이색 음악공연들이 잇달아 펼쳐진다. 수년 전부터 클래식, 재즈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진 하우스콘서트는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하지 않은 순수 자연 음향을 즐길 수 있는데다 관객이 연주자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클래식 악기에 비해 잔향이 짧은 국악기의 경우 ‘한옥 콘서트’를 통해 국악기의 음향을 최상의 상태로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 새로운 공연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남산한옥마을에서 29일부터 6월 5일까지 열리는 ‘예인, 한옥에 들다’는 한옥 마루와 안방이 무대이면서 객석인 공연이다. 음향기기를 쓰지 않고 한지와 흙벽 등 한옥이 빚어내는 자연스러운 소리 울림을 그대로 살려 조선시대 풍류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무대가 되는 민씨 가옥은 120년 전인 1895년에 지어진 것으로 서울 관훈동에 있던 것을 1998년 남산한옥마을을 조성하며 옮겨왔다.
공연은 ‘오늘의 예인’(29일~5월1일)과 ‘내일의 예인’(5월6일~6월5일 매주 수목금)으로 나뉜다. 명인이 등장하는 ‘오늘의 예인’에서는 가야금산조와 병창(강정열), 판소리 심청가(성창순), 대풍류(지순자)를 감상할 수 있다. ‘내일의 예인’에는 이번 공연을 위해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신진 국악인들이 나온다. 국악고등학교 재학생 등 10대에서 20대 중반의 15명이 이태백(좌장), 김웅식, 윤호세, 원완철 고수와 함께 무대에 선다. 박인혜 남산골한옥마을 홍보담당은 “조선후기 중인계층의 성장으로 한옥 안채에서 시와 서,화, 음악을 짓고 감상하는 풍류방이 유행했다”며 “최적의 공연 환경을 만들기 위해 관객 수를 60명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02)2261-0511
국립국악원의 ‘풍류사랑방’에서 매주 펼쳐지는 ‘목요풍류’, ‘금요공감’ 역시 자연 음향을 즐길 수 있는 국악공연이다. 2013년 4월에 개관한 풍류사랑방은 한옥 형태로 지은 130석 규모 소극장으로 서까래 지붕을 얹고 황토벽, 창호, 대청마루 등 전통 한옥 요소들을 동원해 국악기 울림에 맞도록 최적화했다. 관객들은 신발을 벗고 온돌마루 위 방석에 앉아 가까이서 무대를 접할 수 있다. 12월까지 매주 목요일엔 전통 국악 연주를 접할 수 있는 ‘목요풍류’, 금요일엔 국악과 다양한 예술장르가 협업하는 ‘금요공감’이 펼쳐진다.
신건석 국립국악원 국악진흥과장은 “국악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평균 잔향시간은 0.8초~1.2초로 서양 클래식의 1.4~1.5초 보다 비교적 짧다”며 “잔향시간을 국악 공연에 최적화하기 위해 공연장 좌우측, 후면 벽면과 무대 천장에 흡음재를 보강해 불필요한 울림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02)580-3396
내달 5일 종로구 안국동 윤보선 전 대통령 고택에서는 클래식계 실력파 아이돌 노부스콰르텟,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첼리스트 양성원 등이 살롱콘서트를 연다. 고택은 1870년경 당시 민가로는 최대 규모인 99칸의 대저택으로 건축됐다. 1910년대 윤보선 전대통령의 아버지인 윤치소 선생이 매입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가옥으로 1960년대 초까지 개보수를 거듭해 목조 한옥지붕은 전통양식을 유지하되 한옥 안채의 세부장식과 생활가구 등은 중국이나 영국식을 겸비한 독특한 구조다.
연주회는 안채 마당에서 열린다. 베버의 피아노, 플루트와 첼로를 위한 3중주, 슈만 3개의 로맨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등 친숙한 곡들을 들려준다. 공연 기획사인 PRM 홍보담당 최혜조씨는 “한옥 안채의 국악 공연이 소리 울림을 최적화해 관객에게 전달한다면, 안채 밖의 클래식 공연은 야외에서 들리는 소리가 운치를 더한다”고 말했다. (02)399-1114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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