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기업이 국내사 인수 늘고
증시 교차거래로 中 관련 업무 확대
올해로 유안타증권 입사 3년 차인 박모(33) 대리는 요즘 틈만 나면 대만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과 중국어 회화 연습을 한다. 박씨가 맡고 있는 업무는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거래) 투자정보 제공. 대만 기업으로 인수된 데다 중국어권 사람들과의 업무가 대폭 늘어나면서 박씨에게 중국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이다.
금융권에 중국어 배우기 열풍이 일고 있다. 중화권 기업들이 줄줄이 국내 금융회사를 인수하면서 해당 직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데다, 후강퉁에 이어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거래) 시행까지 앞두고 위안화 적격 해외기관투자자(RQFII)가 허용되면서 중국 관련 업무가 대폭 늘어난 탓이다.
중국어 열풍이 가장 거세게 불고 있는 곳은 유안타증권. 작년 3월 옛 동양증권이 대만 유안타증권으로 인수되면서 회사 내에는 “중국어를 잘 해야 살아 남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특히 회사가 ‘중화권 특화 증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중국 현지 인사들과의 소통도 더욱 잦아지고 중요해졌다. 중국어 배우기를 넘어서 일부 직원들은 국내 대학에 개설돼 있는 ‘차이나 MBA’ 과정을 밟고 있기도 하고, 작년 10월부터는 신규 채용 과정에서도 중국어 능력자를 우대한다.
올 2월 중국 최대의 종합보험회사 안방보험과 인수계약을 체결한 동양생명에서도 미리부터 중국어를 배우려는 직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사내 인트라넷의 중국어 강좌 수강생은 안방보험과의 계약 체결 이후 10배 이상 폭증했을 정도다.
이들 기업 만이 아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말단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중국어 ‘열공’ 모드가 대세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올해 푸단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할 예정이고, 김혜원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전략부장 역시 2013년부터 칭화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밟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차이나데스크를 개설하는 등 수요가 넘쳐나면서 ‘중국통’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며 “금융권에 중국어와 중국자본시장을 배우려는 이들이 줄을 이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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