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가운데서도 한국이 가장 빠르다는 로봇혁명. 산업 현장은 물론이고 사무직 업무마저 로봇ㆍ인공지능이 대체한다면 인류의 삶은 어떻게 될까. 생산성 향상으로 더 윤택해질까, 아니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실업자들이 넘쳐나게 될 것인가.
경제학계의 가장 뜨거운 논쟁 거리 중 하나인 ‘로봇혁명’의 미래에 대해 제프리 삭스 미국 콜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가 대담한 예측을 내놓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하버드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28세에 하버드대 최연소 정교수가 된 이 천재 교수는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가 대량 실업ㆍ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행한 미래가 닥친다”고 예상했다.
19일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내놓은 ‘로봇, 저주인가 축복인가’보고서에서 삭스 교수는 정부의 방관 속에 로봇이 인간 노동자를 급속도로 대체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향후 20년간 해당 국가의 사회 후생은 이전보다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삭스 교수는 로봇혁명으로 생산성이 5년마다 크게 증가하는 상황을 전제로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초기에는 높아진 생산성과 자본투자 증가로 경제가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청년계층을 중심으로 대량 실업과 저임금 현상이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자본재(로봇)를 소유한 부유한 중ㆍ장년층에게만 과실이 집중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로봇혁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긍정적 효과는 20년이 흐른 뒤에나 나타나는데, 이는 실업자로 전락한 계층이 세월의 흐름으로 완전 도태된 뒤에야 사회가 안정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정부가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을 편다면, 저주는 축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삭스 교수의 전망이다. 그는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해 적극적인 소득 재분배 정책을 펼친다면 로봇혁명 초기에도 사회전체 후생 수준의 급락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긍정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도 ‘재분배 정책’을 펴지 않을 때보다 5년 가량 앞당겨지며, 경제성장의 속도도 훨씬 가파를 것으로 예상했다.
삭스 교수는 재분배 정책의 한 방안으로 중ㆍ장년 은퇴계층에게 집중된 자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여기서 나온 재원을 청년에게 돌려주는 ‘세대간 부의 재분배’를 제시했다. 이를 한국에 적용한다면, 기업 대주주에게 과세하는 배당소득 세율을 높이거나 아예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이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