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증거없고 의혹 확산 속
직간접적 외풍에 어려움 호소
"한 칸 퍼즐도 맞추기 어려운 상황"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19일까지 진행 된 몇 차례 기자간담회 등에서 여러 수사(修辭)를 동원해 어려운 상황이나 심경을 표현하고 있다. 금품 공여자의 사망으로 결정적 증거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여권 실세들이 연루돼 직간접적인 외풍도 심한 때문이다. 관련자 증언이 잇따르면서 언론이 검찰수사보다 앞서가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한 칸 한 칸 퍼즐을 맞추는 수사”라며 “한 칸 채워야 다음 칸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중대한 핵심 증거(공여자의 진술)가 현존하고 있지 않아 한 칸 채우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도 말했다. 수사팀이 보고 있는 ‘첫 칸’은 성완종 (64ㆍ사망)전 경남기업 회장이 금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당시 상황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재현ㆍ복원 하는 것. 수사팀의 다른 관계자는 이를 “열심히 성을 쌓고 있다. 길도 닦고 창도 내고”라고 표현했다.
수사팀은 또 검토해야 할 자료가 방대한 것에 대해 “(압수품 중 분석을 끝내고 넘겨받을) 디지털 자료가 산더미가 될지, 산맥이 될지, 건물 하나가 될 지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수사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나”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잘’이라는 말은 뺀다. 진행하고 있다. 모자란 시간은 밤을 새서 메우고 있다”고 답했다. 수사팀에서 일주일 가량 총 수면시간이 10시간 남짓이라는 말도 나왔다.
검찰이 경남기업에서 돈을 받은 야당의원 명단도 확보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대해서는 특히 많은 레토릭을 동원했다. 한 인사는 “명징한 마음 없으면 끝까지 갈 수 없다”며 “각종 이해가 있는 분들이 저희를 공격하면 저희는 어떻게 하겠냐”고 호소했다. 다른 인사는 “수사팀은 망망대해에서 진실이라는 등대 하나 보고 가는데 바다가 요동치거나 바람이 반대로 불면 등대를 찾기가 힘들다”고 했다. 야당 의원 리스트에 대해 리스트(list: 명단)가 아니라 부풀리는 이스트(yeast: 빵효모)라는 말도 등장했다.
그렇지만 수사 성과에 대한 희망은 놓지 않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성을 다하면 ‘귀인’의 도움을 받지 않겠느냐”며 “늘 귀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선문답 하듯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희망을 보고 있다”며 “수사라는 게 희망을 가지고 하는 것이며, 수사하면서 목표점 없이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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