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탈리아로 망명길에 오른 아프리카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다 잇따라 익사 사고를 당하면서 난민 구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유럽 국가들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9일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중해에서는 매년 수 만 명의 난민들이 목숨을 건 유럽행을 감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이곳에서 숨진 난민은 3,072명으로 2013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또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2만 2,000명의 난민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망자 가운데는 여성들은 물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갓난 아기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각국들은 그러나 각 국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 난민들의 구조작업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난민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이탈리아의 경우, 2013년부터 해군을 동원한 난민 구조작전에, ‘마레 노스트롬(우리바다)’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 지역 구조작전은 지난해 11월부터 유럽 연합이 주도하는 ‘트리톤’으로 대체됐다. 인권단체들은 지중해 순찰 작전에 불과한 트리톤이 마레 노스트롬에 비해 너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인권 단체들의 주장을 인용, “유럽 국가들이 소극적인 구조활동을 펼침으로써 국경을 넘어오는 이민자들을 억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각국 정치인들의 정치적 이해 관계 역시 난민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유럽 정치인들이 ‘반(反) 이민자 정서’에 편승, 지중해의 수색 구조 작업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 로렌스 졸레스 남부유럽 대표는 이번 참사와 관련 “사고 직후 인권단체들은 대규모 수색 구조 작업을 개시하라고 각국 정부에 요청했다”며 “하지만 정치인들은 유권자들과의 불화를 피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오는 5월말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이민자 유입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적대감이 증가하고 있다. 역시 5월 총선을 앞둔 영국에서도 극우단체 영국독립당이 “연간 이민 허용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유럽국가들은 그러나 자금 및 정치 지원부족을 이유로 여전히 난민 구조에 발을 빼고 있다. 나타샤 베르토드 EU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U는 구조작전을 펼칠 돈도 없고 정치적 지원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성명을 내고 “올해 지중해에서 희생되는 난민이 급증한 것은 유럽연합 국가들의 무관심 때문”이라며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현재 구조 작업이 얼마나 불충분한지 인정할 것이냐”고 비난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