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명 탄 리비아 선박 전복
600여명 숨진 듯… 28명만 구조
일주일 전엔 400여명 사망 사고
교황 "국제사회 적극 개입 촉구"
난민 700여명을 태우고 리비아를 떠난 선박이 지중해에서 전복됐다. 잇따른 난민선 사고에 국제사회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알자지라와 CNN은 18일 저녁 이탈리아령 섬인 람페두사와 리비아 사이 지중해에서 발생한 난민선 전복 사고로 약 500~7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19일 보도했다. 리비아 해안에서 북쪽으로 약 112㎞ 떨어진 지점이다.
이탈리아 해상구조대는 지나가던 포르투갈 상선이 구조를 위해 침몰하는 20m 높이의 선박에 접근해 28명을 옮겨 태웠을 때 해당 선박이 뒤집혔다고 밝혔다. 구조대는 지금까지 최소 24구의 시신을 확인하고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도 다수 포함됐다고 전했다. ‘몰타타임스’는 “난민 중 28명이 구조됐을 뿐, 나머지는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탈리아와 몰타 정부는 뒤집힌 선박을 발견, 사고 수습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해상구조대 대변인은 “지금 상황에선 시신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난민선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2일에는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전복돼 탑승자 550명 중 400여명이 숨졌다. 14일에는 100여명이 탄 난민선에서 종교갈등으로 인한 싸움이 벌어져 이슬람교도 난민들이 기독교 난민 12명을 바다에 던져 숨지게 했다. 17일에는 난민 20명이 심각한 화상을 입은 채 구조되기도 했다. 이들은 리비아에서 출발하기 직전 가스 폭발로 크게 다쳤으나, 전혀 치료받지 못한 채 밀입국 배에 탔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연합 측은 지난해 유럽에 불법입국한 난민이 28만명에 달하며, 올해 리비아에서 지중해를 건너기 위해 대기하는 난민수가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난민 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북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에서 내전으로 정국 혼란이 가중되면서 해안 경비가 느슨해지자, 가난과 정치적 탄압을 피하기 위해 제3국으로 향하는 발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슬람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인 시리아와 리비아를 중심으로 이들의 탄압을 피하려는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난민선 위에서의 참혹한 생활도 희생자를 증가시키고 있다. 난민선 자체가 낡은 보트 수준인데다, 인원 초과 승선이 비일비재해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국제이주기구(IOM) 관계자는 “굶주림과 갈증, 더위에 지친 나머지 심각한 폭행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브로커는 지중해 한 가운데에서 연료가 떨어진 배를 버리고 난민들로부터 돈만 받아 챙긴 뒤 고무보트를 타고 도망가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사고 소식을 듣고 “그들은 우리처럼 더 나은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이자 굶주리고, 박해 받고, 다쳤거나 또는 전쟁의 피해자들”이라며 “마음 속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국제사회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사고와 관련 유럽연합(EU) 소속 외무ㆍ내무장관에게 긴급 회동을 요청했다고 AFP는 전했다.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총리도 “난민의 91%가 출발하는 리비아의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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