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전략 수정
與, 지역일꾼론 대신 사과 앞세워
野, 유능한 경제 정당 유지하며
"부패의 썩은 내 진동" 한 표 호소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여야의 4.29 재보선 전략을 다시 짜게 만들었다. 궁지에 몰린 새누리당은 ‘지역일꾼론’ 대신 진솔한 사과를 앞세우며 읍소하기 시작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유능한 경제정당’과 함께 부정부패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선거 전략만 놓고 보면 지난해 세월호 사태 이후 치러진 6ㆍ4 지방 선거의 판박이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사태에 대한 여론 악화하면서 ‘읍소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19일 경기 성남 모란시장에서 열린 상인 간담회에서 “성완종 전 의원 사건으로 국민 모두 너무나 어떻게 생각하면 불쾌하고 걱정을 많이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국민들이 우선 의혹이 없도록 검찰에서 빠른 시간 내에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 정치권 정화의 계기로 삼겠다”며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전부 새누리당 출당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의 이 총리 자진 사퇴 공세에는 “대통령이 없는데 총리가 자리를 비우는 것도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겠나. 조금 참아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지역 일꾼론’만으로는 재보선을 통과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듯하다. “집권 여당이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 입법 등 민생 현안에 치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는 ‘읍소 전략’이 아니고서는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정권 심판’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우리나라 최고 꼭대기에서는 썩은 내가 진동한다”며 “540조원 사내 유보금이 있는 재벌 대기업의 돈은 손도 못 대면서 서민들 지갑만 털어가는 이런 박근혜 정권, 우리가 확실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의 경선자금이나 대선자금으로 돈을 주고받은 정권 차원의 비리”라며 “정권의 도덕성과 정당성이 걸려있는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은 앞으로도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재보선 국면에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ㆍ여당에 실망한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고, 여야 대립구도가 확실해 질 경우 야권 후보 난립이라는 악재도 상쇄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국민의 지갑을 지키는 유능한 경제정당’은 그대로 핵심 기조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세월호 정국 이후 벌어진 6.4 지방선거와 7.30재보선에서 정부ㆍ여당에 대한 공격에만 치중하다 실패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심판론으로만 가면 되레 여당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 집단이라는 이미지만 강화할 수 있다”며 “경제에 실패한 박근혜 정부 대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관악 을에 출마한 옛 통합진보당 출신 이상규 전 의원은 야권 후보 승리를 위해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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