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고트니 미군 북부사령관이 얼마 전 북한이 소형화한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 실전배치했다고 말해 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국방부는 “미국의 공식 평가가 아니다”고 하고, 미국도 “북한의 그런 능력을 보지 못했다”는 말로 사태는 봉합됐다. 그러나 이후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할 시간과 능력이 있었다고 믿는다”고 증언해 재론의 여지를 남겼다. 지난달에는 세실 헤이니 전략사령관이 “북한이 핵능력을 소형화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지난해 말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이 체결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배경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다. 그러나 사드와 관련해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우리 정부의 거듭된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사드 논의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압박하는 와중에 북한 핵위협의 엄중함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는 것이 공교롭다. 핵능력을 과시하려는 북한이 미국의 북한 핵위협론은 한사코 부인하는 것도 역설적이다.
▦ 미국이 제기하는 ‘북한위협론’의 최대 수혜자는 일본이다. 집단적자위권 행사, 적극적 평화주의를 명분으로 한 군사팽창의 이면에는 북한의 도발과 이를 정치적으로 포장한 북한위협론이 자리잡고 있다. 1993년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발사하자 일본은 미국의 전역미사일방어(TMD) 참여로 대응했고, 98년 대포동 1호가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졌을 때는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 안보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이달 말 미일이 가이드라인 재개정에 나서는 것도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와 연관돼 있다.
▦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함께 북한을 방문한 아베 신조 당시 관방부장관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과의 수교를 강하게 반대했다. 관방장관이던 2006년에는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하자 “일본이 너무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그런 표현은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승리는 북한이 없었다면 상상할 수 없다. 미국의 북한위협론에 아베 총리가 짓고 있을 회심의 미소가 떠오른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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