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10만원 못내 채무조정 실패 많아
중도 탈락자 줄이는 게 가장 중요
긴급 생계자금 문턱 낮추고, 취업·파산신청 지원 등 힘써
통합기구안 통과되면 서민PB 도입
금융권 은퇴자 일자리 창출 효과도
“서민금융은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우리가 채무조정 신청자들의 자립을 돕지 못하면 이들은 곧바로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오게 될 테니까요.”
2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김윤영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은 16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1년 간 가장 역점을 두었던 과제를 묻는 질문에 “서민금융은 곧 복지”라는 메시지로 답을 대신하며 이같이 이야기를 풀어갔다.
김 위원장은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지원자의 평균채무금액이 2,000만원 정도인데, 이를 50% 감면하고 1,000만원을 8년 간 분할 상환하는 경우 월 평균 상환금액이 1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30% 정도의 사람들이 돈을 내지 못하고 중도 탈락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질병 등으로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후 어렵게 나선 ‘패자부활전’에서조차 실패해 빈곤층으로 떠밀리는 이들이 상당하다는 말이다. 그는 “이런 사람들을 ‘도덕적 해이’의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라며 “채무조정을 잘 관리하는 것보다 중도 탈락하는 이들을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신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신용회복지원 기간 중 긴급생계자금 지원 확대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원대상도 넓혔다. 결과적으로 올해 1분기 긴급생계자금 지원실적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
저신용자들의 지속적인 소득 창출을 위해 취업지원에도 힘을 쏟았다. 그는 “과거에는 주로 신용회복지원 확정자를 대상으로 구직알선을 해왔는데, 지금은 채무나 신용문제로 위원회를 방문하는 모든 상담자까지 확대하고 고용노동부의 취업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직업훈련과 일대일 구직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의 개인회생 파산신청을 지원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복위가 맡고 있는 채무조정은 최저 생계비 이상의 소득이 있는 경우에만 채무감면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이 아예 없거나 소득보다 채무가 너무 많은 경우 결국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신복위가 직접 지원할 수 없는 사람들인데, 이들이 법원절차에 무지하거나 100만원이 넘는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복위는 서울에서만 시행하던 법적 구제신청 지원업무를 작년 8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고 변호사 비용을 절감하도록 신청서류를 대신 작성하거나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접수를 하도록 돕고 있다.
서민금융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별도의 통합 기구 설립이 절실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입법 예고된 서민금융진흥원(가칭) 설립안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는 것. 그는 “1년간 일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 중 하나는 서민금융 지원제도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고 지원기준과 상품 등이 모두 달라 정작 제도가 필요한 이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민금융 업무는 신복위와 국민행복기금 등을 통한 채무조정, 새희망홀씨대출, 햇살론 등의 서민금융공급, 미소금융을 통한 창업자금 지원 등으로 산재해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안은 이러한 기구들을 통합해 하나의 창구에서 서민금융 관련 모든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은 작년 12월 국회에 제출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법안 심의가 예정돼 있다. 상반기 중 국회 의결이 될 경우 연내에 통합기구가 출범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통합기구가 세워질 경우 채무자에게 가장 적합한 금융상품을 알선하는 서민형 프라이빗뱅킹(PB)제도를 본격 도입할 예정”이라며 “금융권의 은퇴 인력들에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출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주변에 대출을 권하는 광고들이 너무 많은 반면, 금융이나 신용제도에 대한 교육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다양한 금융대출상품을 비교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확립하고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전문기관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