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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압도된 서울… 사건에 흔들리는 도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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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압도된 서울… 사건에 흔들리는 도시 풍경

입력
2015.04.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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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2개 전시장서 동시 개인전

"시대의 삶 그리는 것이 작품 본질"

베를린의 여유, 뉴욕의 인종차별 등

도시 느낌 묘사한 100여점 선보여

서용선의 목판각화 '2014 뉴스와 사건'은 세월호 참사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2014년의 대표적인 뉴스로 꼽아 만든 작품이다. 서용선은 "뉴스 보도를 보고 도시에서 정치·사회적 갈등이 벌어지는 모습을 묘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금호미술관 제공
서용선의 목판각화 '2014 뉴스와 사건'은 세월호 참사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2014년의 대표적인 뉴스로 꼽아 만든 작품이다. 서용선은 "뉴스 보도를 보고 도시에서 정치·사회적 갈등이 벌어지는 모습을 묘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금호미술관 제공

“도시 그림에서 내가 결국 그리는 것은 도시 속 현대인이죠. 시대의 삶을 그리는 게 작품의 본질입니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겠다며 서울대 미대 교수직을 박차고 나온 서용선의 개인전 ‘서용선의 도시 그리기: 유토피즘과 그 현실 사이’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과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례적으로 두 곳의 전시장에서 1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1980년대부터 그려 온 현대 도시를 묘사한 그림이 전시작의 주류다. 그런데 서용선의 눈에 최근 포착된 한국의 도시는 사회정치적 이슈를 둘러싼 갈등, 분쟁으로 긴장감이 팽팽하다. 금호미술관 1층 벽면에 설치된 폭 5m, 세로 2.7m의 대형 목판각화 ‘2014 뉴스와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목판에는 가라앉는 세월호의 뱃머리와 노란 깃발을 들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렬, 그들을 막아선 전경 부대와 경찰 버스, 통합진보당의 정당 해산 판결을 내리는 헌법재판관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박근혜 대통령 옆에 군복을 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도 보인다.

도시 풍경 외에 마고할미ㆍ주몽ㆍ단종 등 신화와 역사 속 인물을 주로 그려왔던 서용선이 오늘의 뉴스와 사건을 직접적으로 묘사한 것이 의외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도시 풍경의 연장이라고 그는 말한다. “도시를 관찰하다 보니 사건이 눈에 들어온 것이죠. 사건이 만들어낸 도시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정보가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서울로 전해지고, 도시 전체가 함께 긴장하는 모습을 묘사하려 했습니다.”

지금 한국의 도시인들이 잔뜩 긴장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서용선이 그린 다른 도시 그림들과의 대조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서울 지하철 역삼역의 출입구 근처 거리를 그렸다. 회색 빛으로 가득한 도시를 바삐 오가는 사람들은 얼굴에 울긋불긋 마스크를 뒤집어썼다. 팍팍한 삶에 짓눌렸지만 표정 없는 얼굴을 유지하려 애쓴다. 새롭게 시도한 목각 두상 ‘머리들’ 연작도 딱딱하게 굳은 표정 일색이다. 서용선은 “일상 생활에 치이고 긴장감에 압도돼 있는 도시 속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반면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에서는 카페 안 풍경을, 독일 베를린에서는 운하와 공원을 배경으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그렸다. 베를린에서 가장 번화한 알렉산더광장 지하철역은 짙은 녹갈색으로 묘사됐다. 서용선은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베를린에 대한 나의 느낌”이라 말했다. 알렉산더광장은 19세기 역이 건설된 이래 점진적인 현대화가 진행된 지역으로 독일 역사의 깊이와 독일인들의 여유로움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이밖에 미국 뉴욕에서는 루즈벨트역을 오가는 백인 경찰과 흑인ㆍ동양인 승객을 그리며 인종간 계급차별의 흔적을 묘사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서용선의 관심을 끈 것은 급속도로 현대화되는 베이징의 풍경이다. 그림 속 행인들은 휴대폰을 들었고 버스에는 디지털 패널이 붙었다.

서용선은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4년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전시 5월 17일까지. (02)720-5114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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