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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한 사자개 팔자

입력
2015.04.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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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유층 상징 몸값 한때 13억원

부패 추방 운동·졸부들 몰락

도살장으로 5달러에 팔려가기도

2013년 중국에서 부유층의 상징으로 꼽혀 투기 열풍까지 부는 바람에 몸값이 최고 120만달러(13억원)에 달했던 티벳탄 마스티프(일명 사자개)가 불과 2년 만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베이징의 동물보호 단체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된 ‘니블’이라는 이름의 사자개 사연을 소개하며, 중국의 빗나간 애완견 문화를 비판했다. 신문에 따르면 니블은 전성기에는 몸값이 20만달러였으며 석탄 부호의 저택을 어슬렁거리는 신분이었다. 그러나 주인의 버림을 받아 다른 잡종견 150마리와 함께 마리당 5달러(5,500원) 팔려 베이징 인근의 도살장에서 발견됐다. 동물보호 단체가 도살장을 급습해 구해내지 않았다면, ‘니블’은 고기는 식용으로 털은 인조 가죽으로 변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혹독한 겨울과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 티벳이 원산지인 사자개는 전통 시대부터 유목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준 필수 존재였다. 또 주인과 주인의 재산인 양이나 염소 등을 지키기 위해 늑대 무리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등 뛰어난 충성심이 알려진 뒤에는, 중국 부호들 사이에서 애완견으로 인기가 높았다.

이 신문은 사자개 추락의 주요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중국의 경기 하락이고, 두 번째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주도하는 부패추방 운동이다. 경기 하락으로 졸부들의 몰락이 잇따른데다가 중국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사치품 투기 경쟁을 벌였던 중국 부유층이 돌연 검소한 분위기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부의 상징으로 통하며 한때 불티나게 팔렸던 검은색 아우디 승용차, 오메가 명품시계 등의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가장 중요한 세 번째 이유는 중국 소비계층 특유의 변덕이다. 중국의 마케팅 전문가 리즈 플로라는 “중국 소비자는 유행에 특히 민감하다”며 “다른 소비재처럼 사자개 역시 유행이 끝나면서 버림을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수요가 급감한 반면, 투기바람 때문에 사자개 공급능력을 대폭 키운 사육업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한 사육업자는 “사자개의 공식 가격은 전성기의 1%에 불과한 2,000달러(22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자는 “고기만 먹기 때문에 몸무게가 72㎏인 사자개의 하루 먹이 값만 50달러에 달한다”며 “당장 팔린다면, 공식 가격 이하라도 팔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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