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부모 담은 다큐 영화
"다르기 때문에 특별한데… 소수자 존재 받아들일 자세 필요"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의 세상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보내는 초대장 같은 영화를 만들었죠.”
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ㆍ관객상, 여성인권영화제 관객상, 장애인영화제 대상 등을 수상한 장편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의 이길보라(26) 감독은 1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반짝이는 박수소리’(23일 개봉)는 청각장애인인 이길 감독 부모와 건청인(정상청력자)인 자신과 동생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아빠(이상국ㆍ54)와 엄마(길경희ㆍ50)는 딸의 카메라를 보며 자신들의 꿈, 사랑, 연애 이야기부터 건청인 두 남매를 키우며 지금까지 가정을 꾸려온 과정을 들려준다. 장애인 축구국가대표 선수였던 아빠와 교사를 꿈꿨던 엄마는 경제 문제로 꿈을 접어야만 했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 목수일, 미싱일로 생계를 이어갔고, 노점 풀빵 장사를 하며 두 남매를 키웠다. 어려움과 시련에 부딪히면서도 유쾌하고 활발한 성격으로 부부는 서로 격려하고 의지했다.
그 덕분인지 이길 감독은 밝고 당차다. “남들은 안쓰럽게 여겼을지 몰라도 사실 우리 가족은 화목하고 행복해요.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세상을 알게 된 것도, 그로 인해 이야기꾼으로 자란 것도 감사하지요.” 영화에서 소개된 대로 이길 감독은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동남아로 배낭여행을 떠나 길을 학교로 삼은 ‘로드스쿨러’다. 그 경험을 스무 살도 전에 ‘길은 학교다’ ‘로드스쿨러’ 같은 책과 중편영화에 담아내기도 했다.
커 가면서 청각장애 부모와 세상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 역시 늘 이길 감독의 몫이었다. 그래서 “저희 부모님이 청각장애인이셔서”로 시작하는 자기소개가 익숙하다. 그러나 비장애인 딸이 장애를 가진 부모의 보호자로 나서는, 생각해보면 당연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아”하는 탄식과 함께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다고 그는 말했다. “언론에서 다루는 청각장애인의 삶 역시 소외되고 우울하거나 청력을 잃었다 되찾는 기적 같은 상황이 대부분이에요.”
평소 부모는 물론 할머니, 고모, 동생 등 온 가족과 청각장애인의 삶을 ‘제대로’ 다룬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던 것도 그 때문이다. 영화 전체에서 후반부 노래방 장면에 그는 특별히 애착이 간다. ‘애모’를 소리 내 부르는 엄마와 이를 수화로 따라 하는 동생을 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편하게 노래하는 모습이 아름다워서다.
이길 감독은 “영화를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우리 주변 장애인들에 사람들이 좀더 눈길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자신의 영화가 “그런 접점을 만드는 계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베트남전 참전군인 이야기. “세상은 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해요. 앞으로도 다르기 때문에 특별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계속 카메라에 담을 겁니다.”
글·사진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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