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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령조직으로 전락한 대한야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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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령조직으로 전락한 대한야구협회

입력
2015.04.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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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석(새누리당 의원) 전 대한야구협회장은 2013년을 한국 아마야구의 르네상스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그 해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와 야구대제전 부활, 그리고 대한야구협회장기 신설을 이뤄냈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대한야구협회는 난파 직전에 몰렸다. 지난달 말 이 전 회장의 사임 이후 내부 소통 체계와 대외 협력 창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협회는 고교야구 대회 준비 등 행정이 올스톱됐고, 전임 사무국장과 불협화음이 터지면서 고소와 맞고소로 내분이 일어 안팎으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협회는 2013년 KT그룹의 자회사인 유스트림코리아와 총액 100억원의 화끈한 후원 계약을 맺었다. 1년에 6억원씩 10년간 60억원 그리고 마케팅 등으로 올리는 부대 수입 40억원을 합쳐 최대 100억원을 아마야구 발전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유스트림코리아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인 유스트림의 한국 법인으로, KT가 지분 51%를 투자해 2012년 3월 설립한 회사였다. 고교야구 전 경기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중계해 수익 구조를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지만 국내 고교야구 현실과 동떨어진 구상으로 2년이 지난 지금 유스트림코리아는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 당연히 협회에 후원을 약속한 100억원도 공중 분해됐다. 계약을 체결하던 해 6억원을 지원한 게 전부다. 그마저도 6억원의 용처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된 적이 없다. 전국 고교대회를 주최하는 본보를 포함한 4개 중앙 언론사는 당시 협약에 따라 대회 홍보를 지원 받을 권리가 있지만 없던 일이 된 것도 모자라 협회로부터 아무런 설명조차 듣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야구협회가 협력은 고사하고 아마야구 발전을 가로막는 훼방꾼으로 전락했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다. 실제 봉황대기로 첫 전국대회를 유치한 속초 설악구장에는 변변한 플래카드조차 걸지 못해 과연 고교야구 최대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곳인지 알 길이 없다. 속초시 체육시설지원 담당자는 “야구협회에서 미리 연락이라도 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공문조차 받아 본 일이 없다”면서 “심지어 봉황대기가 이 곳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우리도 언론을 통해 접했다”고 황당한 사실을 전했다.

협회의 내우외환은 이 회장 재임 시절 실세로 군림하던 특정 인사의 업무 태만과 안하무인식 소통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야구협회 집행부는 운영과 기획, 홍보 등 각 파트별로 그럴 듯한 이사진을 꾸리고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사업을 특정인이 좌지우지할뿐더러 이 인사의 도 넘은 전횡에 지자체, 언론사, 일선 야구관계자들은 혀를 차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야구협회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누구와 얘기를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고, 하물며 연락도 되지 않는다”면서 “모든 일 처리가 협회 특정인의 독단으로 처리되고 있는 느낌이다”고 개탄했다. 협회 내부에서도 “이 회장 사임 이후 협회의 기능이 거의 식물상태에 빠졌다”며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싼 내부 권력 암투 조짐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성환희 스포츠부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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