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토비’ 시리즈가 새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략 15년 전, 방바닥이 지옥이자 낙원인 듯싶던 백수 시절 간간히 봤었다. 암울한 나날이었지만, 그걸 볼 때 잠깐 마음이 평안해졌던 기억이 있다. 보라돌이, 뚜비, 라나, 뽀. 그리고 햇님. 색깔별로 구별된 캐릭터들 중 특별히 뽀를 편애했었는데, 이유는 까먹었다. 정수리에 안테나 같은 걸 달고 숏다리 숏팔에 복부비만이 심각해 보였던 그들을 요즘 가끔 생각한다.
텔레토비들의 일상은 자기들끼리 낄낄대다가 “안녕”하고 사라지는 게 그만이다. 별다른 갈등도 스토리도 없고, 개연성 따위 별무상관이다. 그저 하릴없이 지나치다가 “안녕”, 짓까불고 놀다가 “안녕”, 그리고 헤어지면서 또 “안녕”뿐이다. 그런데 그게 중독성이 강하다. 보는 나도 TV를 향해 “안녕”, 창 밖을 지나가는 개에게도 “안녕”, 심지어 산책길에 마주친 낯 모르는 할머니에게도 “안녕”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러면서 혼자 머쓱해하고 혼자 낄낄댄다. 마음속엔 너저분한 갈등과 채워지지 않는 갈증, 불안이 제 아무리 충만해도 표정과 손짓은 이러구러 모두 “안녕”뿐이다. 더 신기한 건 그러다 보면 매사가 색깔 분명한 “안녕” 상태가 된다는 점. 오늘도 지내다 보면 참 많은 갈등이 내 안에 있을 것이다. 그것들에게도 그저 “안녕” 해본다. 안녕하지 못해도 그냥 “안녕”. 해야, 웃어 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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