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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애아 교육복지 갈길이 멀다

입력
2015.04.1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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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장애인의 날이 되면 장애인을 위한 단발성 행사들이 사회 곳곳에서 열린다.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말로는 장애인도 함께 살아야 하고 그렇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내 집 앞이나 우리 마을에는 장애인 생활시설이나 특수학교가 세워지는 건 절대 반대’하는 이들의 이율배반적 행태가 여전히 아쉽다. 특수학교 교장으로서 이 같은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을 여전히 체험하고 있다.

걷는 것, 밥을 먹는 것, 옷을 입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삶의 요소들을 익히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중도(후천적)ㆍ중복장애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거나 자기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이동기술조차 습득하는 것이 녹록하지 않다. 이러한 중도ㆍ중복 장애인들에게 모두가 어울리며 생존해 나가게 하는 지금의 제도와 정책은 버겁기만 하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와 더불어 중도ㆍ중복 장애인들의 교육 가능성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결과들이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이에 힘입어 이들의 교육권 확보 및 사회참여에 대한 인식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중증장애아들은 극심한 장애로 인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조차 어렵다. 특별한 보조기구가 있어야 하고, 수없이 반복해야 최소한의 의사소통 기술을 익힐 수 있으며, 말을 대체하는 기기를 사용해 이러한 학습이 가능하기도 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는 중증장애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1997년 한사랑마을 안에 설립됐다. 한사랑마을은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에서 심각한 장애로 생활시설 입소가 꺼려지는 아동을 위해 마련한 가정식 장애인 생활시설이다. 한사랑학교는 전교생 90%가 1급 장애 및 중복장애를 겪는 아동으로 중도ㆍ중복장애 학생만을 위한 국내 유일의 장애학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는 개교 이후 지금까지 변변한 건물 없이 한사랑마을 내 건물 일부를 교실로 사용하고 있다. 비장애인에 비해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필수적인 아이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각종 재활기기들을 활용하지 못한 채 힘겹게 공부를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교실 부족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운영하지 못해 고등교육과정은 재택학급으로 대신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사랑학교는 지난해 말 학교 건축을 위한 행정절차를 완료하고 올해 학교 건축의 첫 삽을 뜨려 한다. 현재 중도ㆍ중복장애아를 위한 정규 교실 마련을 위한 설계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사회의 관심과 후원 없이는 완공을 기대하기 어렵고, 당국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학생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인 교실 건축도 이렇게 어려운데 중증장애인 교육이나 복지 향상은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설 마련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자녀를 교육시키고자 하는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중증장애아 부모들은 이들을 위한 전문학교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정에서만 보호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교육을 시작하더라도 학령기를 지나서 나이로는 성인이 된 한참 후에나 초등교육과정을 밟는 학생들도 있다. 좀 더 어렸을 때부터 특수교육을 시작했다면 사회구성원으로서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이전에는 지역 동사무소 등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학령기에 놓여있으나 학업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중증장애아동을 파악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안내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며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됐다.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만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는 길인 것이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이 차별 없는 사회에서 소통하며 시민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송태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사랑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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