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인간의 꿈과 상상을 펼치는 중요한 기반이다. 인류는 길을 통해서 만나서 소통하여 발전해 왔고 새로운 문명을 낳았다. 또한, 문화는 세계가 서로 만나고 함께 꿈을 펼쳐가면서 길을 따라 흘러왔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를 통해 나라와 나라 사이의 소통과 협력이 이루어지고 비즈니스로까지 연결된다. 지구촌, 글로벌이라는 말이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세계는 이미 하나가 되었고, 전 세계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문화의 발굴이 그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오는 8월 21일부터 10월 18일까지 59일간 천년고도 경주에서 문화로 세계가 만난다. 경주를 ‘실크로드’의 물결로 넘치게 할 ‘실크로드 경주 2015’는 유라시아 문화가 한 자리에 모이는 잔치다. 천년 전 페르시아 상인들이 실크로드를 따라 경주로 와 신라문화를 꽃피웠듯 21세기 실크로드를 통해 유라시아 여러 나라들의 문화인들이 경주로 모여드는 것이다.
‘실크로드 경주 2015’에서는 동서양 문화가 한 곳에서 만나고 세계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그 문화를 즐기는 문화의 장이 열린다. 각국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만남과 교류의 장인 ‘문명의 만남’, 찬란한 황금문화를 재조명하는 ‘황금의 나라 신라’, 실크로드 문화의 ‘어울림 마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이를 통해 드넓은 대륙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발전시켜온 국가들이 융합해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신실크로드 문화공동체를 형성해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아 북한 공연단 방문까지 성사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유라시아 문화 이니셔티브’ 실현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일찍이 경상북도는 우리의 미래가 문화에 달려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다양한 문화사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유라시아를 핵심 문화교류 지역으로 삼고, 이들 국가와 지속적인 문화 교류와 협력을 시도해 왔다. 기존의 국제 문화교류가 중앙정부 주도로 진행되어 왔던 것과 달리 유라시아 문화교류는 지방정부가 주체였다. 그 중심에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있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1998년 경주에서 시작해 2013년까지 모두 일곱 차례 열렸다. 그 동안 338개국에서 6만2,000여 문화예술인이 참여했으며, 누적관람객만도 1,500만명을 넘는 국제적인 행사로 성장했다. 특히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열린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은 ‘문화행사 수출 1호’로 세계인의 축제로 인정받았고, 2013년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역시 호평 받았다. 최근 ‘한류’ 열풍에 힘입어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실크로드 선상의 많은 국가들이 우리와 문화교류를 희망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문화융성이야말로 국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한다.
경북은 ‘실크로드 경주 2015’를 통해 문화융성을 위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자 한다. 비단길과 바닷길로 연결된 실크로드 선상의 다양한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문화융성의 길을 열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문화가 유라시아로 뻗어나가는 초석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160여개 회원국과 준회원국이 가입한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탈렙리파이 사무총장을 비롯한 많은 지도자들과 기관들이 이번 행사에 적극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실크로드경주 2015’는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다른 문명과 소통해 글로벌 문화브랜드를 구축하고, 지역문화와 관광, 경제에 보탬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다. ‘실크로드경주 2015’ 조직위원회 출범을 맞아 8월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찾아 즐기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축제가 되길 희망해 본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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