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켜보자" 분위기 속
비주류 "결단 미뤄 여론 악화"
朴대통령 지지율 5%p 급락
개헌론까지 재점화 양상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긴급 회동까지 하며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했지만 여권은 여전히 뒤숭숭하다. 박 대통령이 이완구 총리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순방 이후로 미룬 이후 “일단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물밑에선 정국의 향배를 두고 우려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회동에 대해 여권에선 박 대통령이 당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해석이 많다. 김 대표는 회동에서 이 총리의 거취를 포함해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당내 여론을 두루 전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사실상 수긍했다고 보는 것이다. 박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한 적이 있는 여권 관계자는 17일 “박 대통령의 성품으로 볼 때 당의 여론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으면 그 자리에서 부인했을 것”이라며 “순방을 앞두고 섣불리 결정할 경우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기에 다녀와서 결단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자신의 전ㆍ현직 비서실장과 핵심 측근인사가 두루 올라 있어 고립무원 처지인 박 대통령이 사실상 당에 협조를 구한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김 대표가 이날 인천 서ㆍ강화을 재선거 지원 유세에서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정치계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아야 하고 이는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한 것도 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 비주류 측에선 박 대통령이 결단을 미룸으로써 여론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옛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야당이 이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경우 통과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소장파와 수도권 의원들의 해임안 찬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 수도권 비주류 의원은 “박 대통령이 결단을 미루고 이 총리가 버티기로 일관하는 동안 여론은 갈수록 악화할 것”이라며 “이렇게 가면 내년 총선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이미 여권은 상당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14~17일 전국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5%) 결과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1주일 전에 비해 5%포인트 급락한 34%였다. 특히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ㆍ경북은 긍정평가가 무려 14%포인트(65%→51%)나 추락했다. 새누리당 지지도 역시 올 들어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진 38%였다.
이런 가운데 비주류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블랙홀’에 비유했던 개헌론을 재점화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친박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오른 데 대해 “대통령제는 필연적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부패와 비리도 권력 집중에서 나온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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