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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려 마포대교 찾는 사람 많아… 표정·걸음걸이 등 살피며 위험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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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려 마포대교 찾는 사람 많아… 표정·걸음걸이 등 살피며 위험 감지"

입력
2015.04.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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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경찰 입문한 김치열 순경

지난 1년간 자살시도 50명 구해

“중학생 남자 아이가 자살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한강으로 갔다는 신고가 들어옴.”

지난 9일 오후 11시쯤 야간 근무를 서던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소속 김치열(36ㆍ사진) 순경은 무전을 듣자마자 마포대교로 향했다. 순찰차를 몰고 마포대교 북단에서 남단으로 서행하며 양 옆 인도를 꼼꼼히 살핀 김 순경의 눈에 맨발 상태로 다리 밑을 멍하게 바라보는 중학생 A군이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김 순경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50m쯤 거리를 좁힌 순간, 멀리서 경찰 복장을 본 A군이 갑자기 달아났다. 2분간 추격전이 이어졌다. 그러다 800m 정도 내달린 A군은 갑자기 대교 난간에 다리를 걸치고 올라서려 했다. 김 순경은 가까스로 A군의 발목을 잡고 그를 난간에서 떼어놨다. 그러나 키 170㎝ 정도인 A군은 거세게 반항했고 두 사람은 함께 바닥에 구르기도 했다.

김 순경은 A군을 지구대로 데려와 따뜻한 녹차를 건넸다. 처음에 반항하던 A군은 “인생은 롤러코스터와 같아서 지금 당장은 고통스러운 일이 있겠지만 언젠간 힘들었던 순간을 보상받는 날이 온다”는 김 순경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부모님과 무사히 귀가했다. 김 순경은 이런 식으로 지난 1년간 ‘자살다리’라는 오명을 쓴 마포대교에서 50명의 목숨을 구했다.

김 순경은 지난해 4월 30대 중반 나이로 뒤늦게 경찰에 입문했다. 줄곧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업체를 돕다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처음부터 자살기도자 구조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지만, 마포대교를 관할하면서 의무감이 생겼다고 한다. 이제는 길을 걷는 사람들의 특징만 봐도 단번에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게 됐다.

김 순경은 “극단적 결심을 하고 마포대교를 찾는 사람이 정말 많아 시간 날 때마다 다리를 찾아 사람들의 표정이나 걸음걸이 등을 살펴 자살기도자를 찾아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 들어온 뒤 세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내 자식의 생명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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