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보이스피싱 범죄자로 전락한 목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전남지역 한 교회의 담임목사 정모(51)씨를 보이스피싱 인출에 가담한 혐의(사기)로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이달 7일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8,200만원을 서울 가락동의 은행 두 곳에서 인출해 총책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인출액의 1%인 81만원을 건네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정씨는 60~70여명의 신도들이 내는 교회 헌금과 월급 180만원으로는 자녀 3명의 대학 등록금과 전기, 수도세 등을 감당할 수 없어 자금난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정규직이 아닌 탓에 시중 은행의 대출도 거절돼 결국 제2금융권에서 비싼 이자를 감수하며 돈을 빌렸다. 그러던 중 “인출책으로 활동하면 사례금은 물론 낮은 이자로 1,000만원까지 빌려주겠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은밀한 제안을 받자 정씨는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2013년에도 생계가 어려워 200만원을 받고 본인 명의 통장 2개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중국에 본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 2명을 상대로 수사기관을 사칭해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게 한 뒤 금융정보를 빼내는 수법을 썼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정씨에게 ‘다음에는 거액 인출에도 의심받지 않는 교회 법인통장을 사용하면 돈을 더 주겠다’고 요구하기도 했다”며 “신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목사가 순간의 유혹을 참지 못해 범죄에 빠진 경우”라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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