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호혜성과 협동이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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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 호혜성과 협동이 대체한다

입력
2015.04.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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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인터넷표준·무료 SW 등

대가 없이 도움 주고받는 '동료생산'

자유롭고 평등한 인류로 거듭날 기회

거대 기업에 주도권 내준다면 재앙

네트워크의 부 요하이 벤클러 지음ㆍ최은창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ㆍ876쪽ㆍ2만9,000원

모르는 단어나 인물이 있을 때, 도서관으로 달려 가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클릭만으로 위키피디아나 유튜브에서 세계 곳곳에 포진한 지식 생산자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는 광고 대신 사용자 리뷰를 참고하는 것은 이미 만고의 진리가 돼 버렸다. 어느새 대중들은 전문가의 도움 없이 그럴싸한 각종 정보를 생산해내고 있으며, 심지어 이를 더 선호한다.

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요하이 벤클러는 일찌감치 이를 ‘동료생산(Peer Production)’이라는 개념으로 이론화했다. 그가 이 같은 분석과 전망을 담아 2006년 내놓은 ‘네트워크의 부’가 최근 국내 번역 출간됐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國富論ㆍThe Wealth of Nations) 패러디한 이 책의 제목은 굳이 직역하자면 망부론(網富論) 즉 네트워크의 부(The Wealth of Networks)이다. 아담 스미스는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사회의 진보와 공공선을 가져오는 원동력이라고 파악했지만, 벤클러는 미래의 보답을 기대하며 서로 남에게 도움을 주는 소위 호혜성과 협동이 보이지 않는 손을 대신해 지식과 부를 생산할 것이라고 봤다.

20세기 전체에 걸쳐 포드나 제너럴모터스 모델이 생산방식의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네트워크로 연결된 인간의 창의성, 컴퓨터의 연상, 커뮤니케이션이 정보생산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요지다. 정보 생산에 필요한 기초적 물적 자본 즉 모바일기기 등이 지구상 10억 인구의 손에 지금 이 순간 쥐어져 있다. 누군가 오늘 당장 세계적 정보 생산 프로젝트를 시작한대도 대규모 펀딩 따윈 필요 없는 셈이다.

벤클러는 특히 이런 변화가 “개인에게 더 큰 자율성을, 정치 단체에는 더 큰 민주성을, 사회에는 문화적 자기성찰과 인적 연결을 위한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는 돈 한푼 받지 않는 이들에 의해 이뤄지는 이런 동료생산이 때로는 고전적인 생산 방식에 비해 훨씬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요하이 벤클러 교수

무료 소프트웨어, 개방형 인터넷 표준, 무료 학술 출판물, 백과사전 등은 그의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사례들이다. 동료생산 방식은 농업 연구, 바이오 농업 혁신, 바이오 의학 분야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승객과 기사를 직접 연결하는 우버 택시도 동료생산 방식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자신도 예상했듯 그의 이론은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가장 주된 우려는 기존 지배권력이 네트워크의 메커니즘을 활용해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시장생산을 강화할 가능성이다.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 상품 리뷰를 올리는 인기 블로거들의 실태를 보면 이미 그런 우려는 현실이다. 기업이 자신이 창조한 표준을 강요하며 네트워크를 왜곡시킨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과연 ‘네트워크’의 미래는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벤클러는 낙관론에 힘을 실어줄 것을 호소한다. 그는 우리가 손쉽게 거대기업에 주도권을 내줘서 네트워크의 부를 창출할 기회를 흘려 보내지만 않는다면 “자유롭고, 평등하고, 생산적인 인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만일 우리의 선택이 과거의 승자들에게 미래의 경쟁 방식을 좌지우지하도록 허용한다면 그 선택은 아마도 재앙이 될 것이다. 또 우리가 오직 효율에만 몰두해 민주주의, 자유를 드높일 기회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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