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비교하면 통계적 왜곡 발생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16일 ‘눈길을 사로잡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4년제 대졸 신입사원 연봉(기본상여금 포함ㆍ인센티브 불포함)이 올해 3,048만원으로 지난해(3,149만원)보다 3.2%(101만원) 줄었다는 내용입니다. 취업이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막상 취업을 해도 월급이 줄어들었다니, 충분히 기사가 될 만 하지요. 곧 온라인 매체를 시작으로 상당수 언론이 이를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일보는 올해 연봉이 3,124만원으로, 지난해(3,068만원)보다 1.8%(56만원) 올랐다고 ‘정반대’ 보도(17일자 19면 ▶기사보기)를 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요. 그리고 대졸 신입 직원의 연봉은 정말 오른 걸까요, 내린 걸까요.
먼저 잡코리아의 설문에 응답한 기업(표본)의 구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잡코리아는 올해 40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고 이는 지난해(403개사) 응답한 기업 수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4개 군으로 나뉜 기업의 구성이 조금 다릅니다. 지난해엔 대기업 182개사(45.2%), 공기업 29개사(7.2%), 외국계 기업 30개사(7.4%), 중소기업 162개사(40.2%)로 대기업이 가장 많았지만, 올해는 대기업 146개사(36.1%), 공기업 20개사(5.0%), 외국계 기업 41개사(10.1%), 중소기업 197개사(48.8%)로 대기업이 10%가량 줄고 그 자리를 중소기업이 차지해 절반에 육박했습니다.
잡코리아에 문의해 보니 전체 평균은 404개 기업의 연봉을 모두 더한 뒤 404로 나눴다고 하더군요. 결국 연봉 수준이 높은 대기업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지난해에 비해, 연봉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이 설문에 많이 참여한 올해는 평균 연봉이 더 낮게 나오는 건 당연한 결과겠죠.
이런 ‘통계적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일보는 4개군 별로 집계된 평균을 더해 4로 나눠서 계산했더니 올해는 3,128만원, 지난해에는 3,068만원으로 나와 결과적으로는 소폭(1.8%)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잡코리아도 “전체 평균 연봉은 통계적 왜곡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며 “4개군 별 평균치를 더해 4로 나누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가중치를 부여(∑각군 평균×구성비율)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러면 구성비율이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4개군 구성 비율 편차가 큰 이번 조사에서는 더욱 왜곡되는 것 같네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응답한 기업만을 비교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표본이 작아져 대표성이 약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통계적 왜곡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매체가 잡코리아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건 아마도 각 기업이 비밀로 부치는 연봉 수준을 그나마 구체적인 수치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취업준비생은 물론 직장인들도 궁금해하고, 심지어 설문에 응하는 각 기업들도 다른 기업의 연봉 정보를 알고 싶어서 결과를 받아 본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응답한 기업들도 기자들에게 발송하는 보도자료 수준의 정보만 받지, 개별 기업의 정보를 모두 받아보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잡코리아는 대기업의 경우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인사담당자와 1대1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중소기업은 300명 미만 종업원을 보유한 회원사로 한정해 이메일이나 모바일 등을 통해 조사하는데, 이때 통계적 자료로만 이용하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기업에게서 응답을 받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잡코리아 측은 “매년 연봉 조사를 하기 때문에 이들과 신뢰관계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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