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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로 타의로… 총을 드는 청소년들

입력
2015.04.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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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병 구호활동 벌인

美심리학자 웨셀스

"사회 불평등 해소해야 전쟁터 아이들 구원"

소년병 마이클 웨셀스 지음ㆍ이상근 옮김 세리프ㆍ408쪽ㆍ1만4,800원
소년병 마이클 웨셀스 지음ㆍ이상근 옮김 세리프ㆍ408쪽ㆍ1만4,800원

올해 1월 김모(18)군이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자발적으로 가입했다는 소식이 큰 충격을 줬다. 당연한 질문이 뒤따랐다. 왜 그는 스스로 시리아 전쟁터로 향했을까?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외톨이 학생이 극단적인 성향에 물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전쟁터에 나갈 이유로 충분할까. 또 지휘자들은 왜 굳이 18세 이하 남녀를 전쟁에 동원하려는 걸까.

흔히 소년병이라 하면 억지로 어른들 손에 이끌려 총을 잡고 전쟁터에 나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납치와 협박 등 폭력적으로 동원되는 소년병도 많지만 여러 나라에서 소년병 구호활동을 벌여온 미국의 심리학자 마이클 웨셀스에 따르면 자발적 소년병 역시 흔하다. 소년병이 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고,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웨셀스는 이 책에서 청소년들이 총을 드는 유인요인과 추진요인들을 분석했다. 유인요인이란 전쟁에 참여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인데, 어떤 소년병들은 어려서부터 정치적 입장을 결정하고 그 이상(理想)에 투신하고자 소년병이 된다. 전쟁 피해로 인한 개인적인 복수심을 충족하려는 경우도 있다. 소년병 되기를 부추기는 추진요인으로는 비참한 생활 여건을 들 수 있다. 너무 가난하고, 보살펴줄 이가 없거나 가정 내 학대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은 말 그대로 ‘살아남기 위해’ 소년병이 된다. 오랜 내전으로 인해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비극이다.

내전이 잦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정부군과 반군 모두가 아동을 병사로 동원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내전이 잦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정부군과 반군 모두가 아동을 병사로 동원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년병을 동원하는 일은 결코 드물지 않다. 오히려 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폭력에 노출되는 것이 청소년들이다. 내전이 있었던 앙골라, 콩고민주공화국, 스리랑카 등지에서는 반란군과 정부군 양쪽 모두가 다루기 쉽다는 이유로 소년병에 먼저 손길을 내밀었다. 나이 어린 이들은 폭압에 취약하고 교화되기 쉽다. 적에게 잘 노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자를 나르기도 하고 심지어 지뢰 제거용으로 희생당하기도 한다. 전체 소년병의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소녀병의 상황은 더욱 비참하다. 강간을 당하거나 지휘관의 위안부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소년병들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사회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소년병들이 무기를 내려놓고 군대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자유로운 사회생활로 돌아가는 재통합 과정이다. 소년병들이 전쟁터에 나갈 수밖에 없었던 원인 자체를 해결하고 갈등을 치유하지 않으면 이들은 언제라도 다시 전쟁터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사회가 불안정한 제3세계 국가에선 모든 아동이 소년병이 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저자의 지당한 결론. 소년병이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전쟁을 끝내는 것, 그리고 전쟁의 원인이 되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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